대칭과 불변량(Symmetry and invariants)
무엇을 바꿔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으면 문제의 대부분이 풀린다. 도미노와 체스판의 색, 다리 수의 홀짝, 다면체의 V − E + F, 1의 거듭제곱근(roots of unity)의 합, 고유벡터(eigenvector), 사인파(sinusoid), 보존 법칙, 부호의 신드롬(syndrome)이 모두 같은 수법이다.
가로세로 8칸짜리 체스판에서 마주 보는 두 귀퉁이 칸을 떼어 냈습니다. 남은 62칸을 두 칸짜리 도미노 31개로 빈틈없이 덮을 수 있을까요? 놓는 방법을 하나하나 시도하면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칸의 색을 보면 한 줄로 끝납니다. 도미노는 어디에 어떻게 놓든 흰 칸 하나와 검은 칸 하나를 덮습니다. 마주 보는 귀퉁이는 색이 같으니 남은 판에는 한 색이 두 칸 더 많고, 그러니 불가능합니다. 도미노를 아무리 옮겨 놓아도 변하지 않는 양, '덮인 흰 칸 수 − 덮인 검은 칸 수 = 0'이 답을 정한 것입니다. 이 페이지는 이 한 가지 수법, 무엇을 바꿔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아라가 수학의 여러 분야에서 어떻게 되풀이되는지를 따라갑니다. 변하지 않는 양을 불변량(invariant)이라 하고, 무언가를 바꿔도 전체가 그대로인 성질을 대칭이라 합니다. 둘은 자주 함께 다닙니다. 대칭에서 불변량이 나오는 일이 많고(아래의 뇌터 정리(Noether's theorem)가 가장 유명한 예입니다), 불변량을 따라가다 숨은 대칭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아래 판에서 칸 두 개를 눌러 떼어 내 보세요. 떼어 낸 칸을 다시 누르면 되돌아옵니다.
색이 다른 두 칸을 떼어 내면 색 불변량은 아무것도 막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실제로 언제나 덮을 수 있습니다. 흐린 선처럼 모든 칸을 한 번씩 지나는 고리(그래프의 말로 해밀턴 회로(Hamiltonian cycle))를 하나 그려 두면, 떼어 낸 두 칸이 고리를 짝수 길이의 조각 둘로 자르고, 조각마다 앞에서부터 두 칸씩 묶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작은 실험이 이 페이지 전체의 줄거리를 담고 있습니다. 불변량은 '불가능하다'를 증명하는 데 탁월하지만, 불변량이 막지 않는다고 해서 '가능하다'가 저절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가능하다는 쪽은 대개 구체적인 구성이 따로 필요합니다.
그래프와 순열(permutation): 홀짝이라는 불변량. 1735년 오일러는 쾨니히스베르크의 일곱 다리 문제를 같은 수로 풀었습니다. 산책이 어떤 땅을 지나갈 때마다 들어가는 다리 하나와 나오는 다리 하나를 쓰니, 출발점과 도착점이 아닌 땅에 붙은 다리 수는 짝수여야 합니다. 길을 어떻게 바꿔도 '다리 수의 홀짝'이라는 조건은 그대로이고, 홀수인 땅이 넷이니 불가능합니다(오일러 경로, Euler path). 꼭짓점(vertex)에 붙은 변의 수를 그 꼭짓점의 차수라 하는데, 모든 꼭짓점의 차수를 더하면 변마다 양 끝에서 두 번씩 세어지니 늘 짝수이고, 그래서 홀수 차수인 꼭짓점은 언제나 짝수 개라는 것도 같은 종류의 셈입니다. 순열에도 홀짝이 있습니다. 두 개를 맞바꾸는 일을 몇 번 해서 한 순서를 다른 순서로 바꾸든 그 횟수의 홀짝은 정해져 있어서, 4×4 판에서 빈칸 옆의 조각을 밀어 옮기는 열다섯 조각 퍼즐에서, 가지런한 배치로부터 14와 15만 뒤바뀐 배치는 어떻게 밀어도 만들 수 없습니다. 빈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밀기는 언제나 맞바꾸기를 짝수 번 한 셈인데, 14와 15만 바꾼 배치는 맞바꾸기 한 번, 곧 홀수 번이기 때문입니다. 불변량을 증명하는 도구는 대개 수학적 귀납법(mathematical induction)입니다. 한 걸음이 불변량을 지킨다는 것만 보이면 몇 걸음을 가도 지켜집니다. 유클리드 호제법(Euclidean algorithm)이 옳은 까닭은 큰 수를 나머지로 바꿔도 최대공약수(greatest common divisor)가 그대로라는 불변량이고, 토니 호어의 논리는 반복문마다 한 바퀴를 돌아도 참으로 남는 조건, 곧 '루프 불변식(loop invariant)'을 적어 프로그램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게 합니다.
곡면: 잘게 나눠도 남는 수. 볼록 다면체의 꼭짓점 수 V, 모서리 수 E, 면 수 F 사이에는
복소수(complex number)와 정수론(number theory): 돌려도 같은 다각형. n제곱해서 1이 되는 복소수, 곧 1의 n제곱근
j가 n의 배수(multiple)일 때만 화살표가 한 방향으로 늘어서고, 나머지 모든 경우에는 사슬이 닫힌 다각형이나 별이 되어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이 'j가 n의 배수가 아니면 합이 0'이라는 사실이 이산 푸리에 변환(discrete Fourier transform), 곧 표본(sample) n개를 진동수(frequency)가 서로 다른 사인파 성분들로 나누는 계산의 직교성입니다. 성분들이 서로 섞이지 않아서, 각 성분의 크기를 따로따로 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계산을 곧이곧대로 하면 곱셈이
선형대수(linear algebra): 변하지 않는 방향. 선형변환(linear transformation)은 대부분의 방향을 돌려놓지만 몇몇 방향은 제자리에 둡니다. 그 방향이 고유벡터이고,
열과 파동: 옮겨도 같은 법칙. 막대를 따라 열이 퍼지는 법칙은 막대 위 어디에서나 같습니다. 온도 분포 전체를 옆으로 옮겨 놓고 식히나, 식힌 뒤에 옮기나 결과가 같다는 뜻이고, 이것이 평행이동 대칭입니다. 두 해를 더하면 다시 해가 되는 법칙을 선형이라 하는데, 이런 대칭을 가진 선형 법칙은 모두 복소 지수
물리와 확률: 대칭이 낳는 보존. 1915년 힐베르트는 중력을 시공간(spacetime)의 휘어짐으로 설명하는 일반 상대성 이론(general relativity)에서 에너지 보존이 어떻게 성립하는지를 함께 풀려고 에미 뇌터를 괴팅겐으로 불렀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교수 자격 심사가 몇 해 동안 막히는 가운데 그녀는 1918년 논문에서 뇌터 정리를 증명했습니다. 정리가 다루는 것은 작용 원리로 적히는 물리 법칙, 곧 '작용'이라는 양이 극값이 되는 경로(흔히 작용이 가장 작은 경로)를 자연이 따른다는 형태의 법칙입니다. 이런 법칙이 연속적인 대칭, 곧 회전 각도처럼 얼마든지 조금씩 바꿀 수 있는 변환에 대한 대칭을 가지면, 그 대칭마다 시간이 흘러도 값이 변하지 않는 양(보존량, conserved quantity)이 하나씩 생깁니다. 법칙이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이면 에너지가, 장소를 옮겨도 그대로이면 운동량(momentum)이, 방향을 돌려도 그대로이면 각운동량이 보존됩니다. 확률에도 작은 보존 법칙이 있습니다. 공정한 게임(impartial game)에서는 판마다 가진 돈의 기댓값(expected value)이 그대로입니다. 아래처럼 게임이 확률 1로 끝나고 돈이 0과 N 사이에 갇혀 있으면, 게임이 끝나는 순간의 기댓값도 처음과 같아야 하고, 여기서 도박꾼의 파산(gambler's ruin)의 답이 계산 없이 나옵니다. k원으로 시작해 한 판에 1원씩 걸고, N원이 되거나 0원이 되면 멈춘다고 합시다. N원에 닿을 확률을 q라 하면 끝났을 때 돈의 기댓값은 qN이고, 이것이 처음의 k와 같아야 하니 q = k/N입니다. 오른쪽과 왼쪽이 대칭인 무작위 행보(random walk)에서는 기준선에 처음 닿은 뒤의 길을 거울처럼 뒤집어 '기준선에 닿는 길'과 '다른 끝점으로 가는 길'을 하나씩 짝짓는 반사 논법이 길의 수를 세어 줍니다. 2n걸음 만에 출발 높이로 돌아오면서 그 아래로 한 번도 내려가지 않는 길의 수, 곧 카탈랑 수(Catalan number)가 그렇게 나옵니다.
부호: 어느 부호어(codeword)에서 보아도 같은 풍경. 벨 연구소의 리처드 해밍이 1950년 발표한 해밍 부호(Hamming code)는 선형입니다. 두 부호어를 비트마다 더하면(XOR) 다시 부호어가 되니, 부호 전체를 어느 부호어에 서서 보아도 주변 풍경이 똑같습니다. 그래서 부호어끼리의 가장 가까운 해밍 거리(Hamming distance)를 알려면 0이 아닌 부호어 가운데 1이 가장 적은 것 하나만 보면 됩니다. 받는 쪽의 계산도 불변량입니다. 검사 행렬(parity-check matrix)은 부호어에 곱하면 언제나 0이 나오도록 만든 행렬이고, 받은 비트열에 이것을 곱한 결과를 신드롬이라 합니다. 받은 비트열은 보낸 부호어에 오류가 더해진 것이고 곱셈은 더하기를 나누어 받으니, 신드롬에서는 부호어 몫이 0이 되어 사라지고 오류 몫만 남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보냈든 같은 오류에는 같은 신드롬이 나옵니다. 오류의 위치를 부호어와 상관없이 표 하나로 읽을 수 있는 까닭입니다.
대칭이 깨질 때. 법칙이 대칭이라고 해서 결과까지 대칭인 것은 아닙니다. 막대를 위에서 눌러 가다 보면 곧게 선 대칭 상태가 불안정해지고, 막대는 왼쪽이나 오른쪽 어느 한쪽으로 휩니다. 방정식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데 해는 한쪽을 고르는 이런 현상을 대칭 깨짐(symmetry breaking)이라 하고, 평형 하나가 둘로 갈라지는 갈퀴 모양의 분기(bifurcation)가 그 수학입니다. 로렌츠 끌개(Lorenz attractor)의 방정식은 (x, y)를 (−x, −y)로 바꿔도 그대로이지만, 궤적 하나하나는 두 날개 사이를 제멋대로 오가며 대칭을 깹니다(혼돈, chaos). 물리학자들도 크게 놀란 적이 있습니다. 자연이 거울에 비친 모습과 구별되지 않으리라는 믿음은 1956년 중국계 미국 물리학자 리정다오와 양전닝이 방사성 붕괴를 일으키는 약한 상호작용에서는 이 대칭이 깨질 수 있다고 제안하고, 이듬해 물리학자 우젠슝의 코발트 원자핵 실험이 실제로 깨진다는 것을 보이면서 무너졌습니다. 체스판에서 본 교훈도 남습니다. 불변량이 막지 않는다는 것은 가능하다는 증거가 아닙니다.
이어지는 곳. 점과 직선을 맞바꿔도 정리가 참으로 남는다는 쌍대성(duality)은 이론 전체가 가진 대칭입니다. 고유벡터와 사인파처럼 대칭이 골라 준 축으로 문제를 다시 쓰는 일은 표현 바꾸기에서, 점마다의 곡률이라는 국소 정보를 모아 곡면 전체의 오일러 지표를 얻는 가우스–보네 정리 같은 이야기는 국소에서 전체로에서 이어집니다. 일대일 대응(one-to-one correspondence)으로 무한집합의 크기를 재는 무한을 다루는 법은 '짝지어도 변하지 않는 것'을 크기로 삼은 셈이고, 주사위의 면이 대칭이라서 확률이 1/6이라는 생각은 무작위성의 출발점입니다. 그림을 옮기면 출력도 그만큼 옮겨 가도록 같은 필터(filter)를 모든 위치에 다시 쓰는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은 대칭을 모형의 구조에 심어 배워야 할 매개변수(parameter)를 줄인 예입니다. 대칭들의 모임을 주면 그것들이 모두 움직이지 않는 것들의 모임이 정해지고, 거꾸로 것들의 모임을 주면 그것을 모두 제자리에 두는 대칭들의 모임이 정해집니다.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이 작아지는 이 짝이 갈루아 연결(Galois connection)이고, 갈루아 이론에서 부분군(subgroup)과 중간체가 정확히 짝지어지는 것이 그 가장 유명한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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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각을 언급하는 페이지
- 가우스 적분
… 되고, 값은 π입니다. 그러니 원래 넓이는 √π입니다. 핵심은 곡면이 원점 둘레로 돌려도 똑같은 모양(회전 대칭)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점을 원점에서의 거리와 각도로 적는 극좌표로 보면 계산이 쉬워집니다. 이 …
- 분할 정복
… 거듭제곱일 때 값을 짝수 번째와 홀수 번째로 나누면, 1의 거듭제곱근(거듭제곱하면 1이 되는 복소수)의대칭덕분에 반 크기 문제 두 개가 됩니다(a = 2, d = 1). 1965년 쿨리와 튜키가 발표해 널리 …
- 군
… 공준⟧에서, 같은 것끼리 묶어 새 대상을 만드는 방법은 동치관계에서, 대칭이 수학 전체에서 하는 일은대칭과 불변량에서 이어집니다. 군 하나는 대상이 하나뿐이고 모든 화살표를 되돌릴 수 있는 범주로 볼 수 있어서, …
- 위상수학
… 변하지 않는 성질을 위상적 불변량이라 부르고, 두 도형이 다르다는 것은 불변량이 다르다는 것으로 보입니다(대칭과 불변량). 유명한 예가 도넛과 머그잔입니다. 손잡이가 하나인 머그잔은 찰흙처럼 주물러 도넛 모양(원환면)으로 …
- 사영기하
… 쌍대성은 쌍대성에서 다른 분야의 쌍대와 나란히 놓입니다. 변환으로 기하를 분류하는 클라인의 관점은대칭과 불변량과 위상수학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평면 기하의 다른 갈래는 평행선 공준, 구면기하, ⟦푸앵카레 …
- 삼체 문제
… 서로를 움직인다는 데 있습니다. 둘일 때는 에너지, 운동량, 각운동량처럼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양(보존량)이 넉넉해서, 이것들로 운동을 물체 하나의 문제로 줄인 뒤 적분으로 풀 수 있습니다. 공간 속 세 …
- 합성곱 신경망
… 맵 전체를 평균 내거나 최댓값만 남겨 위치 정보를 지울 때 얻습니다. 무엇을 바꿔도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대칭과 불변량의 생각이 신경망 설계에 들어온 예입니다. 이동과 교환하는 선형 연산은 합성곱뿐입니다. 가장자리를 둥글게 …
- 범주론
… 계산을 한 가지 합성 규칙으로 다루는 모나드가 그 예입니다. 변환을 보면 대상이 보인다는 이 태도는대칭과 불변량에서 본 클라인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범주론은 1945년 ⟦새뮤얼 …
- 작도 가능한 수
… 두 배 만들기가 모두 됩니다. 이어지는 곳. 작도의 불가능성은 '허용된 동작이 보존하는 성질을 찾아라'는불변량논법의 대표 예입니다. 차수가 층마다 곱해진다는 사실은 군에서 부분군의 크기가 전체 크기를 나눈다는 …
-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
… 곳. 조건 (4)는 'C를 움직이는 모든 변화에 대해 A–B 판정이 불변'이라는 요구이고, 증명은 이불변성들이 서로 부딪히게 만드는 것입니다. B를 한 사람씩 올리다 보면 어딘가에서 결과가 뒤집힌다는 단계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