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개념 지도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

혼돈(Chaos)

규칙은 완전히 결정되어 있는데도, 유한한 영역 안에서 초기값의 작은 차이가 지수적으로 커지고 궤도⁠(orbit)⁠가 뒤섞여 장기 예측이 불가능해지는 운동.

∣δn∣≈∣δ0∣ eλn,λ>0|\delta_n| \approx |\delta_0|\, e^{\lambda n}, \qquad \lambda > 0

던진 주사위는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던지는 순간의 위치와 속도⁠(velocity)⁠를 완벽히 안다면 원리적으로는 결과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모르는 것이 많아서 생길 뿐일까요? 혼돈은 모르는 것이 거의 없어도 예측이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변수가 셋뿐인 로렌츠 방정식이나 2차식 하나인 로지스틱 사상⁠(logistic map)⁠처럼 규칙이 단순하고 우연이 전혀 끼어들지 않아도, 먼 미래는 예측할 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먼 미래인지는 아래에서 정확히 셉니다.

핵심은 초기값 민감성입니다. 규칙 로 두 궤도를 출발시키되,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ε=10−k\varepsilon = 10^{-k}만큼 옆에서 시작합니다. k=k = .

오른쪽 그림은 두 궤도 사이의 거리 ∣δn∣|\delta_n|을 로그 눈금으로 그린 것입니다. 로그 눈금에서는 지수적으로 자라는 양이 직선이 되고, 그 기울기⁠(slope)⁠가 랴푸노프 지수⁠(Lyapunov exponent)⁠ λ입니다(점선). 러시아 수학자 알렉산드르 랴푸노프의 이름을 딴 것으로, 거리가 평균적으로 한 걸음에 eλe^\lambda배가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 λ≈\lambda \approx 이고, 두 궤도의 차이가 0.1을 넘는 것은 입니다.

오차가 매 걸음 eλe^\lambda배로 자라면, 허용 한계 L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n≈1λln⁡(L/ε)n \approx \tfrac{1}{\lambda}\ln(L/\varepsilon)입니다. 정밀도⁠(precision)⁠를 10배 높여도 ln⁡10/λ\ln 10/\lambda 걸음만 더 벌 수 있습니다. r = 4에서는 λ=ln⁡2\lambda = \ln 2라서 자릿수 하나에 고작 3.3걸음입니다. k를 1씩 올리며 확인해 보세요. 영원히 예측하려면 초기값을 무리수⁠(irrational number)⁠의 소수 전개⁠(decimal expansion)⁠처럼 끝없는 자릿수까지 알아야 하는데, 측정은 언제나 유한합니다. 원리적으로는 결정론⁠(determinism)⁠이지만 실제로는 예측이 불가능한 이유입니다. 날씨 예보의 한계를 보통 2주 안팎으로 어림하는 것도 대기가 이런 성질을 갖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r = 3.2로 바꾸면 거리가 오히려 줄어듭니다(λ < 0). 두 궤도가 같은 주기⁠(period)⁠ 궤도로 끌려가니 민감성이 없고, 혼돈도 아닙니다.

초기값 민감성⁠(sensitive dependence on initial conditions)⁠만으로는 혼돈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여러 정의 가운데 흔히 쓰는 것은 미국 수학자 로버트 데버니가 1986년에 정리한 세 조건입니다.

  • 초기값 민감성: 아무리 가까운 두 점에서 출발해도 언젠가는 크게 벌어집니다.
  • 뒤섞임(위상적 추이성⁠, topological transitivity⁠): 어느 작은 영역에서 출발한 점들 가운데 일부는 결국 다른 어느 영역에든 닿습니다. 상태 공간⁠(state space)⁠이 따로 노는 조각들로 나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 주기 궤도의 조밀⁠(dense)⁠함: 어느 점 근처를 아무리 가까이 들여다보아도 그 안을 지나는 주기 궤도가 있습니다.

1992년에는 뒤의 두 조건이 성립하면 첫째 조건이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무한히 많은 점이 있는 공간이라면). 혼돈의 핵심이 민감성 하나가 아니라 섞임과 되풀이의 구조에 있다는 뜻입니다. 벌어지기만 해서는 혼돈이 아닙니다. x˙=x\dot x = x의 해 x0etx_0e^t도 가까운 점끼리 벌어지지만, 모두 무한대로 달아날 뿐 다시 섞이지 않습니다. 혼돈에는 늘이기와 접기가 함께 있습니다. 가까운 점들을 벌리면서도 유한한 영역 안에 가두려면 접어야 합니다. 빵 반죽을 늘이고 접기를 되풀이하듯 하면, 칸토어 집합⁠(Cantor set)⁠처럼 겹 안에 겹이 끝없이 든 구조가 생깁니다. 그래서 혼돈계에서 궤도들이 오래 지나 모여드는 곳, 곧 끌개⁠(attractor)⁠는 대개 프랙털입니다. 프랙털⁠(fractal)⁠은 확대할수록 비슷하게 복잡한 구조가 끝없이 다시 나타나는 도형입니다.

궤도 하나를 오래 따라가면, 값이 각 구간에 머무는 시간의 비율은 일정한 분포로 다가갑니다(거의 모든 처음 값에서 그렇고, x0=3/4x_0 = 3/4 같은 주기점은 예외입니다). r = 4에서는 그 분포의 밀도가 1/(πx(1−x))1/(\pi\sqrt{x(1-x)})입니다. 가장자리에 몰리는 모양이라, 궤도는 0.9 이상에서 약 20%의 시간을 보내지만 한가운데 0.45와 0.55 사이에서는 약 6%만 보냅니다. 이처럼 궤도 하나를 오래 따라가며 낸 평균(시간 평균⁠(mean)⁠)이 이 분포로 낸 평균(공간 평균)과 같아지는 성질을 에르고드성⁠(ergodicity)⁠이라 합니다. 결정론판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인 셈입니다.

그래서 혼돈계에서는 궤도 하나 대신 확률⁠(probability)⁠ 분포를 예측합니다. 상태 공간을 칸으로 나누고 칸에서 칸으로 옮겨 가는 비율을 재면, 계를 다음 칸이 지금 칸에만 달린 확률 과정인 마르코프 연쇄⁠(Markov chain)⁠로 근사할 수 있습니다. 기상 예보는 초기값을 조금씩 흔든 예보 수십 개를 함께 돌리고(앙상블⁠, ensemble⁠), 그 가운데 비가 온 예보의 비율로 강수 확률을 냅니다. 무작위로 흔든 여러 계산으로 답을 어림하는 몬테카를로 방법⁠(Monte Carlo method)⁠과 같은 생각입니다.

이어지는 곳.

  • 혼돈은 천체 역학에서 먼저 보였습니다. 1890년 무렵 푸앵카레는 서로 끌어당기는 세 천체의 운동을 묻는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를 연구하다가, 궤도들이 끝없이 복잡하게 얽혀 식으로 적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1963년 로렌츠는 기상 모형에서 같은 현상을 다시 찾아냈습니다.
  • 매개변수⁠(parameter)⁠를 올리며 분기⁠(bifurcation)⁠를 거듭해 혼돈에 이르는 길은 계가 달라도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봉우리가 둥근 되풀이 규칙이라면 주기 배가⁠(period doubling)⁠의 간격이 줄어드는 비율(파이겐바움 상수⁠, Feigenbaum constant⁠)까지 같습니다.
  • 휜 곡면 위의 운동도 혼돈일 수 있습니다. 말안장처럼 곡률⁠(curvature)⁠이 음수인 쌍곡 곡면에서는 가까이 나란히 출발한 측지선⁠(geodesic)⁠들이 지수적으로 벌어집니다. 곡면이 유한한 크기로 닫혀 있으면 벌어진 길들이 다시 섞이니, 그 위를 마찰 없이 미끄러지는 점의 운동은 가장 오래 연구된 혼돈의 예 가운데 하나입니다.
  • 소리로도 구별됩니다. 주기 운동을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로 풀면 기본 진동수⁠(frequency)⁠와 그 정수배만 띄엄띄엄 나오지만, 혼돈 신호에는 진동수가 연속적으로 퍼져 있어 잡음처럼 들립니다.
  • 복소평면⁠(complex plane)⁠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z↦z2+cz \mapsto z^2 + c를 되풀이할 때 무한대로 달아나는 출발점과 달아나지 않는 출발점의 경계를 줄리아 집합⁠(Julia set)⁠이라 하는데, 사상은 이 경계 위에서 혼돈입니다. 줄리아 집합이 한 덩어리로 이어지는 c들을 모은 것이 망델브로 집합⁠(Mandelbrot se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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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나비의 날갯짓 방정식이 정해져 있으면 미래도 정해질까? 소수점 아래 몇 자리를 버린 계산이 날씨 예보의 한계를 드러냈다. 통계와 인과 담배와 폐암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거리와 유사도 까마귀와 택시 까마귀는 곧장 날고 택시는 블록을 돌아간다. '얼마나 먼가'에는 답이 하나가 아니고, 어떤 거리를 고르느냐가 통계와 기계 학습의 답을 바꾼다. 계산 이론 기계가 풀 수 없는 문제 모든 수학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 수 있을까? 러셀의 역설에서 괴델과 튜링까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였고, 그 증명이 컴퓨터를 낳았다. 램지 이론 완전한 무질서는 없다 여섯 명이 모이면 서로 아는 세 사람이나 서로 모르는 세 사람이 반드시 있다. 충분히 크면 어디에나 질서가 숨어 있다는 이론과, 그것을 동전 던지기로 증명한 에르되시. 측정의 수학 재는 순간 바뀐다 해안선의 길이는 자에 따라, 평균은 누구에게 묻느냐에 따라, 지표는 목표가 되는 순간 달라진다. 리처드슨의 국경과 프랙털 차원, 스티븐스의 척도, 버스 정류장과 타율의 역설, 스피어먼의 요인, 굿하트의 법칙과 보상 해킹을 한 줄로 꿴다. 수학의 오류 틀린 증명이 만든 수학 틀린 증명은 흔하다. 드물게, "정확히 어디가 틀렸는가"라는 물음이 새 분야를 낳는다. 코시의 합 정리와 균등 수렴, 라메의 증명과 아이디얼, 켐프의 사슬, 푸앵카레의 회수된 논문과 혼돈, 프레게의 법칙과 러셀의 편지, 보예보츠키와 증명 보조기까지. 오류는 대개 서로 다른 두 가지를 하나로 여긴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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