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영기하(Projective geometry)
그림자와 원근법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 곧 점이 직선 위에 있는지와 네 점의 복비(cross-ratio)만 남기는 기하학. 평행선도 무한히 먼 한 점에서 만난다고 보면 '두 점은 한 직선을, 두 직선은 한 점을 정한다'가 예외 없이 성립하고, 점과 직선이 서로 자리를 바꿀 수 있다.
곧은 기찻길의 두 레일은 평행하지만 사진 속에서는 지평선의 한 점으로 모입니다. 15세기 초 피렌체의 건축가 필리포 브루넬레스키는 거울과 작은 구멍을 이용한 실험으로 이런 원근의 규칙을 보였고, 1435년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는 『회화론』에서 바닥의 타일을 그리는 방법으로 이를 정리했습니다. 그림 면에 수직인 평행선은 모두 한 점(소실점, vanishing point)으로 모이고, 방향이 다른 평행선 묶음은 각자 다른 점으로 모이는데, 수평면 위의 모든 소실점은 지평선이라는 한 직선 위에 놓입니다. 그림에서 길이, 각도, 평행은 모두 바뀝니다. 남는 것은 곧은 선은 곧게 보인다는 것, 그리고 점이 선 위에 있으면 그림에서도 선 위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 점에서 비춘 그림자(사영)로 바뀌지 않는 성질만 다루는 기하학이 사영기하입니다.
무한히 먼 점. 1604년 케플러와 1639년 리옹의 건축가 지라르 데자르그는 과감한 약속을 했습니다. 평행한 직선들도 무한히 먼 곳의 한 점에서 만난다고 보자는 것입니다. 방향마다 무한원점(point at infinity)을 하나씩 더하고, 그 점들을 모두 모은 것을 무한원직선(line at infinity)이라 부릅니다. 그림 속 지평선이 바로 이 직선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넓힌 평면(사영 평면, projective plane)에서는 서로 다른 두 점이 한 직선을 정하고, 서로 다른 두 직선이 한 점에서 만난다는 것이 예외 없이 성립합니다. 유클리드 평면에서 평행선 공준(parallel postulate)이 만들던 예외가 사라진 것입니다. 1827–1830년 무렵 독일의 아우구스트 페르디난트 뫼비우스와 율리우스 플뤼커는 이를 계산으로 옮겼습니다. 점 (x, y)를 세 수의 비 (x : y : 1)로 적고, 세 수에 같은 수를 곱해도 같은 점으로 봅니다. 마지막 자리가 0인 (x : y : 0)이 방향 (x, y)의 무한원점입니다(동차 좌표, homogeneous coordinates). 그러면 평면의 사영 변환은 세 수에 3×3 행렬(matrix)을 곱하는 선형변환(linear transformation)이 됩니다(결과도 비로만 읽습니다). 컴퓨터 그래픽이 3차원 장면을 화면에 원근법으로 그릴 때도 같은 방식으로, 네 수로 적은 점에 4×4 행렬을 곱합니다.
복비: 그림자에서도 남는 수. 사영으로 길이는 바뀌고, 길이의 비도 바뀝니다. 그러나 한 직선 위의 네 점 A, B, C, D로 만든 복비
분홍 직선이 광선 하나와 평행해지면 그 점은 무한원점으로 달아나지만, 복비는 그 경우까지 포함해 한 값으로 이어집니다. 복비는 사진 속 거리로 실제 거리를 되찾는 데도 쓰입니다. 도로 위의 표시 세 개의 실제 간격을 알면, 사진에 찍힌 네 번째 점까지의 실제 거리를 복비 하나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점과 직선의 쌍대성(duality). 사영 평면에서 '두 점은 한 직선 위에 있다'와 '두 직선은 한 점을 지난다'는 문장의 모양이 똑같습니다. 그래서 사영기하의 어떤 정리에서 '점'과 '직선', '위에 있다'와 '지난다'를 맞바꾸면 또 하나의 정리가 공짜로 얻어집니다. 1820년대 프랑스의 조제프 디에즈 제르곤과 장빅토르 퐁슬레가 이 쌍대 원리(principle of duality)를 다듬었고, 누가 먼저인지를 두고 다투기도 했습니다(쌍대성).
데자르그의 이름이 붙은 정리가 그 예입니다. 두 삼각형 ABC와 A′B′C′에서 AA′, BB′, CC′이 한 점에서 만나면(한 점에서 본 원근), 대응하는 변의 연장선들의 교점 AB∩A′B′, BC∩B′C′, CA∩C′A′은 한 직선 위에 있습니다(한 직선에 대한 원근). 이 정리는 1648년 데자르그의 친구인 판화가 아브라암 보스의 원근법 책에 실려 전해졌습니다. 두 삼각형이 서로 다른 평면에 있으면 증명이 한 줄입니다. 두 평면은 한 직선에서 만나고, 세 교점은 모두 그 직선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평면의 정리를 공간에서 내려다보면 쉬워진다는 것이 사영기하의 전형적인 생각입니다.
파스칼의 육각형. 데자르그의 원고를 읽은 열여섯 살의 블레즈 파스칼은 1640년 짧은 인쇄물 『원뿔곡선(conic section) 시론』에서 다음 정리를 발표했습니다. 원뿔곡선 위에 여섯 점을 잡아 육각형 ABCDEF를 만들면, 마주 보는 변의 쌍 AB와 DE, BC와 EF, CD와 FA가 만나는 세 점은 한 직선 위에 있습니다. 여섯 점을 끌어 보세요. 곡선:
원에서만 증명하면 충분합니다. 모든 원뿔곡선은 원뿔의 꼭짓점(vertex)에서 원을 비춘 그림자이고(원뿔곡선), 사영은 직선을 직선으로, 교점을 교점으로 보내니 '세 점이 한 직선 위에 있다'는 성질도 그대로 옮겨 가기 때문입니다. 1806년 샤를쥘리앵 브리앙숑은 이 정리의 쌍대를 찾았습니다. 원뿔곡선에 외접하는 육각형에서 마주 보는 꼭짓점을 잇는 세 대각선은 한 점에서 만납니다.
포로수용소에서 쓴 기하학. 사영기하를 하나의 이론으로 세운 사람은 퐁슬레였습니다. 에콜 폴리테크니크에서 가스파르 몽주에게 화법기하를 배운 그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에 공병 장교로 나갔다가 1812년 크라스노이 전투에서 포로가 되었고, 1813–14년 볼가 강가의 사라토프 수용소에서 책 한 권 없이 기억만으로 기하학을 다시 세웠습니다. 그 결과가 1822년의 『도형의 사영적 성질에 관한 논고』입니다. 1847년 독일의 카를 폰 슈타우트는 길이를 전혀 쓰지 않고 사영기하를 세웠고, 1859년 아서 케일리는 '사영기하가 곧 모든 기하(geometry)'라는 뜻의 말을 남겼습니다. 1872년 펠릭스 클라인은 에를랑겐 프로그램에서 기하학이란 어떤 변환의 모임(군)으로 바뀌지 않는 성질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는 사영 변환 가운데 길이와 각을 지키는 것만 남긴 경우이고, 사영 평면의 원 하나를 '무한'으로 삼으면 쌍곡기하(hyperbolic geometry)의 모형이 나옵니다.
이어지는 곳. 사영기하의 가장 중요한 곡선은 원뿔곡선이고, 사영 평면에서는 타원(ellipse)·포물선(parabola)·쌍곡선(hyperbola)이 사영 변환으로 서로 옮겨 가는 한 종류의 곡선이 됩니다. 셋의 차이는 무한원직선과 몇 점에서 만나느냐(0, 1, 2)뿐입니다. 원근법의 계산은 행렬과 선형변환으로, 무한히 먼 점을 더해 예외를 없애는 생각은 무한을 다루는 법과 표현 바꾸기로 이어집니다. 점과 직선을 맞바꾸는 쌍대성은 쌍대성에서 다른 분야의 쌍대와 나란히 놓입니다. 변환으로 기하를 분류하는 클라인의 관점은 대칭과 불변량(invariant)과 위상수학(topology)에도 그대로 쓰입니다. 평면 기하의 다른 갈래는 평행선 공준, 구면기하(spherical geometry), 푸앵카레 원판(Poincaré disk)을 보세요.
이 개념이 나오는 긴 글
이 개념을 언급하는 페이지
- 공리와 공준
… 체계⟧에 있습니다. 평행선 공준을 바꾼 세계는 구면기하와 쌍곡기하이고, 파노 평면은 가장 작은사영기하의 평면입니다. 점과 직선의 묶음을 규칙대로 짜는 이런 유한한 구조는 라틴 방진과도 이어집니다. …
- 군
… 않는 성질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는 옮기기·돌리기·뒤집기가 지키는 길이와 각을,사영기하는 원근 변환이 지키는 성질을 다룹니다. 평면을 되풀이해 채우는 무늬의 대칭은 군으로 분류되어 정확히 …
- 위상수학
… 국소에서 전체로와 표현 바꾸기로 이어집니다. 도형을 그 모양을 보존하는 변환으로 분류하는 관점은사영기하와 펠릭스 클라인의 에를랑겐 프로그램에 있습니다. 위상수학의 생각은 논리와 프로그램으로도 건너갑니다. …
- 원뿔곡선
… 좌표축을 돌려 이 항을 없애는 일은 대칭 행렬을 대각화해 고유벡터 방향을 찾는 일과 같습니다.사영기하에서는 세 곡선이 사영 변환으로 서로 옮겨 가는 한 종류의 곡선입니다. 차이는 무한원직선과 만나는 …
- 라틴 방진
… 직선으로, 어느 두 직선도 한 점에서 만나며 직선마다 점이 n + 1개인 기하가 있을 때와 꼭 같습니다(사영기하). n이 소수의 거듭제곱이면 그런 평면이 있고, 1989년 클레먼트 램과 동료들은 컴퓨터 탐색으로 차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