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소에서 전체로
한 점 근처에서만 볼 수 있는 것(기울기(slope), 곡률(curvature), 이웃과의 연결)을 모아 전체에 대한 사실(거리, 모양, 순위)을 얻는 생각. 미적분의 기본정리(fundamental theorem of calculus), 테일러 급수(Taylor series), 가우스–보네 정리(Gauss–Bonnet theorem)와 다면체 공식(polyhedron formula), 오일러 회로(Euler circuit), 페이지랭크(PageRank)가 이 다리를 놓고, 셀메르의 방정식과 혼돈(chaos)은 다리가 끊기는 곳을 보여 준다.
발밑만 볼 수 있는 개미가 있습니다. 개미는 자기가 사는 곳이 공의 겉면인지, 도넛의 겉면인지, 끝없는 평면인지 알아낼 수 있을까요? 속도계만 보는 운전자는 한 시간 뒤 자기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수학의 많은 대상은 두 층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 점 근처에서 잴 수 있는 국소적인 양(기울기, 곡률, 이웃의 수)과, 전체를 한꺼번에 보아야 알 수 있는 전체적인 성질(거리, 모양, 순위)입니다. 둘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이 수학의 큰 줄기 하나이고, 다리가 어디서 끊기는지 아는 것도 그만큼 중요합니다.
속도(velocity)에서 거리로. 가장 오래된 다리는 미적분의 기본정리입니다. 매 순간의 속도(instantaneous velocity), 곧 미분계수(derivative)는 국소적인 양입니다. 그것에 아주 짧은 시간 조각을 곱해 모두 더하면(리만 합, Riemann sum) 전체 이동 거리가 되고, 조각을 한없이 잘게 한 극한(limit)이 정적분(definite integral)입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각자 찾은 이 정리는 넓이(area)를 구하는 일과 기울기를 구하는 일이 서로를 되돌린다고 말합니다. 같은 생각을 미분방정식(differential equation)에 쓰면, 평면의 모든 점에 '여기서는 이쪽으로 가라'는 화살표만 주어져도 출발점을 정하면 곡선 전체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화살표가 점에 따라 충분히 매끄럽게 변할 때). 아래 그림은 1768년 오일러가 적분학 교과서에 적은 가장 단순한 방법입니다. 지금 자리의 화살표를 따라 h만큼 가고, 거기서 다시 화살표를 읽습니다. 규칙:
화살표 하나하나는 그 점 근처밖에 모릅니다. 그런데 걸음을 줄일수록 꺾은선은 참 곡선에 붙습니다. 끝점의 오차는 지금
한 점에서 전부를. 한 점에서의 미분값을 모두 알면 함수(function) 전체를 알 수 있을까요? 14세기 인도 케랄라 학파의 마다바는 사인(sine)과 아크탄젠트(arctangent)를 무한급수(infinite series)로 적었고, 17세기 유럽에서 같은 급수(series)들이 다시 발견되어 테일러 급수가 되었습니다. eˣ와 사인, 코사인(cosine)은 0에서의 미분값만으로 실수(real number) 전체에서 되살아납니다. 그러나 늘 그렇지는 않습니다.
곡률에서 모양으로. 1827년 가우스는 곡면의 휘어짐인 가우스 곡률(Gaussian curvature)이 곡면 위에서 길이만 재어도 알 수 있는 국소적인 양임을 보였습니다. 곡면 위 측지선(geodesic)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이 180°에서 벗어난 양은, 라디안(radian)으로 재면 그 안의 곡률을 넓이에 걸쳐 모두 더한 것과 같고(구면기하(spherical geometry), 쌍곡기하(hyperbolic geometry)), 뒤에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오시앙 보네가 넓힌 가우스–보네 정리에 따르면 닫힌 곡면 전체의 곡률을 더한 값은
이웃에서 전체로. 그래프에서도 같은 다리가 놓입니다. 1735년 오일러는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는 산책이 있느냐는 전체적인 질문을, 선들이 한 덩어리로 이어져 있다면 꼭짓점마다 이어진 선의 수가 짝수인지(출발점과 도착점이 달라도 되면, 홀수인 꼭짓점이 둘 이하인지)만 보면 된다는 국소적인 확인으로 바꾸었습니다(오일러 경로, Euler path). 1935년 홀의 정리는 모든 사람에게 짝을 줄 수 있느냐는 전체의 질문이, 몇 명씩 묶은 무리마다 확인하는 '어떤 k명을 골라도 받아들일 상대가 k명 이상'이라는 조건과 같다고 말합니다(홀의 정리, Hall's theorem). 페이지랭크는 방향이 반대입니다. 한 페이지의 중요도는 자기를 가리키는 이웃들의 중요도로만 정해지는 국소 규칙인데, 모든 페이지가 이 규칙을 한꺼번에 만족하는 해는 링크 행렬(matrix) 전체의 고유벡터(eigenvector)이고, 그 해는 국소 규칙을 거듭 적용하는 것만으로 찾아집니다(마르코프 연쇄, Markov chain). 가까운 이웃끼리만 이어진 연결망에 먼 지름길 몇 개를 더하면, 두 점 사이의 거리가 점의 수에 비례하던 것에서 점의 수의 로그 정도로 줄어드는(점이 10배 늘어도 거리는 일정한 만큼만 늘어나는) 좁은 세상(small world)도 국소 구조와 전체 성질이 만나는 곳입니다.
나머지에서 정수(integer)로. 정수론(number theory)에는 아예 '국소–대역 원리(local–global principle)'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방정식이 정수 해나 유리수(rational number) 해를 가지려면 우선 실수 해가 있어야 하고, 모든 수로(정확히는 모든 소수(prime number)의 거듭제곱으로) 나눈 나머지(remainder)의 세계(모듈러 연산(modular arithmetic))에서도 모두 0은 아닌 해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들이 국소적인 확인입니다. 예를 들어
발밑만 보고 산 전체를. 경사 하강법(gradient descent)은 발밑의 기울기라는 국소 정보만으로 가장 낮은 곳을 찾으려 합니다. 그릇처럼 어디서나 위로 휜(볼록) 함수에서는 이 다리가 튼튼해서 국소적인 바닥이 곧 전체의 바닥이지만, 골짜기가 여럿이면 가까운 골짜기에 갇힙니다(최적화, optimization). 복소평면에서 뉴턴 방법(Newton's method)을 돌리면 어느 근으로 끌려갈지가 출발점마다 달라 경계가 프랙털(fractal)이 됩니다. 규칙이 완전히 국소적이고 결정적이어도 전체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을 수 있습니다. 1961년 로렌츠가 0.506127 대신 반올림한 0.506을 넣어 날씨 모형을 다시 돌리자, 모형 속 날씨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전혀 다른 날씨로 갈라졌습니다(혼돈, 로렌츠 끌개(Lorenz attractor)).
다리가 끊기는 곳. 국소에서 전체로 가는 길이 끊기는 모습은 여러 가지입니다. 셀메르의 삼차식처럼 모든 국소적 확인을 통과해도 전체의 답이 없을 수 있고,
이어지는 곳. 국소적인 정보의 첫 모습은 한 점 근처의 일차 근사(first-order approximation)이고, 그 이야기는 선형화(linearization)에 있습니다. 국소적인 바닥과 전체의 바닥이 어긋나는 문제는 가장 좋은 것 고르기에서, 무한히 잘게 쪼갠 조각을 모으는 극한은 무한을 다루는 법에서 이어집니다. 곡면을 늘이고 구부려도 변하지 않는 χ 같은 수는 대칭과 불변량(invariant)의 주인공이고, 작은 오차가 걸음마다 쌓이는 방식은 근사와 오차에서, 이웃만 보고 걷는 무작위 산책자가 전체의 순위를 매기는 방식은 무작위성에서 다시 만납니다. '겹치는 곳에서 서로 맞는 국소 자료는 전체 자료 하나로 정확히 붙는다'는 약속을 정의로 삼은 것이 층이고, 붙지 않는 까닭을 재는 도구가 층 코호몰로지입니다. 한 공간 위의 층 전체가 이루는 세계와 그 안의 논리는 토포스(topos)로 이어집니다.
이 생각이 나오는 긴 글
이 생각을 언급하는 페이지
- 점별 수렴과 균등 수렴
… 무대는 푸리에 급수와 깁스 현상이고, 한 점에서의 좋은 성질이 전체로 퍼지는 조건을 묻는 일은국소에서 전체로, 오차를 어떤 잣대로 재느냐의 문제는 근사와 오차로 이어집니다.
- 위상수학
… 닫힌 집합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이야기는 기술 집합론입니다. 거리를 버리고 이어짐만 남기는 생각은국소에서 전체로와 표현 바꾸기로 이어집니다. 도형을 그 모양을 보존하는 변환으로 분류하는 관점은 사영기하와 …
- 선형 계획법
… 영역이 볼록하고 목표가 일차식이라서, 어느 꼭짓점에서 모든 이웃보다 좋으면 영역 전체에서 가장 좋습니다(국소에서 전체로). 단체법은 실제 문제에서 놀랄 만큼 빠르지만, 1972년 빅터 클리와 조지 민티는 꼭짓점을 거의 모두 …
- 층: 국소에서 전체로
… 감는지입니다. 층 코호몰로지는 이렇게 '국소에서 전체로 가는 길이 어디서 막히는가'를 재는 도구입니다(국소에서 전체로). 중국인의 나머지 정리도 흔히 '국소 자료를 붙이는 일'로 설명합니다. 어디까지가 글자 그대로이고 …
- 가우스–보네 정리
… 점마다의 곡률이라는 국소적인 정보를 모두 모으면, 곡면 전체의 모양을 나타내는 수가 나오는 것입니다(국소에서 전체로). 첫째 모습, 곧 측지선 삼각형의 각과 곡률의 관계는 가우스가 1827년 곡면에 관한 논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