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개념 지도
확률과 통계(Probability and statistics)

마르코프 연쇄(Markov chain)

다음 상태의 확률⁠(probability)⁠이 오직 지금 상태에만 달린 과정. 상태가 유한하고 모든 상태를 오갈 수 있으며 주기⁠(period)⁠가 없으면, 확률 분포에 전이 행렬⁠(transition matrix)⁠을 거듭 곱할 때 처음과 상관없이 고유값⁠(eigenvalue)⁠ 1의 고유벡터(정상 분포⁠, stationary distribution⁠)로 수렴⁠(convergence)⁠한다.

πk+1=πkP,πP=π\pi_{k+1} = \pi_k P, \qquad \pi P = \pi
먼저 보면 좋은 개념행렬고유벡터와 고유값확률

날씨가 오늘 날씨에만 달려 있다고 해 봅시다. 맑은 날 다음 날도 맑을 확률 , 흐려질 확률 (그 밖에는 비). 흐린 날이 계속 흐릴 확률 , 비가 올 확률 (나머지는 맑음). 비 온 날 계속 비 올 확률 , 개일 확률 (나머지는 흐림). 이 조건부 확률⁠(conditional probability)⁠들을 모은 표가 전이 행렬⁠(matrix)⁠ PP입니다.

오늘이 이라면 k=k = 일 뒤의 날씨 확률은? 오늘의 확률 분포(행벡터)에 PP를 한 번 곱할 때마다 하루가 지납니다.

오른쪽 그래프에서 어느 날씨로 시작하든 확률들이 같은 값 (맑음·흐림·비)으로 모입니다. 이 끝 분포를 정상 분포라 하고, 한 번 더 PP를 곱해도 변하지 않습니다: πP=π\pi P = \pi. 곧 PP의 고유값 1에 대응하는 고유벡터⁠(eigenvector)⁠입니다. 하루하루 곱하는 일은 행렬의 곱⁠(matrix multiplication)⁠이 쌓이는 것이라, k일 뒤의 분포는 오늘의 분포에 PkP^k를 곱한 것입니다.

왜 모일까요? 상태가 유한하고, 어느 상태에서든 언젠가 다른 모든 상태로 갈 수 있고, 일정한 주기로 빙빙 도는 일이 없는 연쇄라면(예를 들어 표의 모든 전이 확률⁠(transition probability)⁠이 0보다 크면 그렇습니다), 전이 행렬의 다른 고유값들은 크기가 1보다 작습니다. 그래서 대각화⁠(diagonalization)⁠해 PkP^k를 보면 다른 고유벡터 방향의 성분들이 ∣λ∣k|\lambda|^k로 사라지고 고유값 1인 성분만 남습니다(대각화할 수 없는 행렬이어도 결론은 같습니다). 조건이 깨지면 결론도 깨집니다. 맑음과 비가 매일 번갈아 오기만 하는 연쇄는 주기가 2라서 확률이 끝없이 뒤바뀌며 한 값으로 모이지 않습니다.

상태가 무한히 많은 연쇄의 예가 무작위 행보⁠(random walk)⁠인데, 이 경우에는 확률이 끝없이 퍼지기만 해서 정상 분포가 없습니다. 웹 페이지를 무작위로 떠도는 사람의 정상 분포가 구글의 페이지랭크⁠(PageRank)⁠입니다.

전이 확률은 모두 '오늘이 이렇다면 내일은'이라는 조건부 확률입니다. 거꾸로 '내일 비가 왔다면 오늘은 어땠을까'를 묻는 것은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의 몫입니다.

한 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상태가 있는 연쇄의 대표적인 예가 도박꾼의 파산⁠(gambler's ruin)⁠입니다.

마르코프 자신은 1913년 푸시킨의 운문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의 첫 2만 글자를 모음과 자음으로 나누어 세고, 모음 다음에 모음이 올 확률과 자음 다음에 모음이 올 확률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보여 이 연쇄를 처음 실제 자료에 시험했습니다. 앞 단어 몇 개로 다음 단어를 고르는 n-그램⁠(n-gram)⁠ 언어 모델⁠(language model)⁠도 같은 생각입니다. '앞 단어 몇 개'를 상태로 삼은 마르코프 연쇄이기 때문입니다.

상태 자체는 보이지 않고 상태가 내놓는 관측만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창문 없는 방에서 날씨는 못 보고 사람들이 우산을 들고 오는지만 보는 상황입니다. 이때 관측으로 숨은 상태를 거꾸로 짐작하는 틀이 은닉 마르코프 모델⁠(hidden Markov model)⁠이고, 음성 인식과 품사 태깅⁠(part-of-speech tagging)⁠에 쓰였습니다.

정보 이론과도 이어집니다. 긴 기호열에서 기호 하나가 평균적으로 담은 정보량을 엔트로피율⁠(entropy rate)⁠이라 합니다. 마르코프 연쇄가 내놓은 긴 기호열은 전이 확률을 몰라도 렘펠–지브 압축⁠(Lempel–Ziv compression)⁠으로 한 기호당 엔트로피율에 가까운 비트 수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앞에 나온 조각을 가리키는 방식으로 반복을 스스로 배우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이웃한 두 기호가 함께 나오는 빈도만 알고 그 밖에는 아무것도 가정하지 않는 원천(엔트로피⁠(entropy)⁠가 가장 큰 원천)을 고르면 바로 마르코프 연쇄가 나옵니다(최대 엔트로피 원리⁠(principle of maximum entropy)⁠).

확률을 지우고 '어느 상태에서 어떤 기호를 읽으면 어디로 가는가'만 남기면 유한 오토마톤⁠(finite automaton)⁠입니다. 거꾸로 상태마다 행동을 골라 전이 확률과 보상이 달라지게 하면 마르코프 결정 과정⁠(Markov decision process)⁠이 되고, 그 안에서 앞으로 받을 보상의 합이 가장 크도록 행동을 고르는 법을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입니다.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 두 마르코프 연쇄를 한꺼번에 보면 전이 행렬은 두 행렬의 크로네커 곱⁠(Kronecker product)⁠이고, 전이 행렬을 화살표로, 행렬의 곱을 합성으로, 크로네커 곱을 '나란히 놓기'로 보는 틀이 모노이드⁠(monoid)⁠ 범주⁠(categor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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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이 나오는 긴 글

미분에서 회전까지 · 5편 · 복소수와 행렬 곱셈은 회전이다 복소수를 곱하는 일과 행렬로 평면을 돌리는 일은 같은 일이다. 확률 도박판에서 온 편지 1654년, 도중에 멈춘 내기의 판돈을 어떻게 나눌까? 두 수학자가 주고받은 편지에서 확률론이 태어났다. 최소제곱과 선형대수 잃어버린 소행성 1801년, 발견 몇 주 만에 태양 뒤로 사라진 세레스. 스물네 살의 가우스는 흩어진 관측값에서 궤도를 되찾았다. 그래프 이론 일곱 다리의 도시 쾨니히스베르크의 일곱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 산책할 수 있을까? 오일러는 지도를 지우고 점과 선만 남겼다. 혼돈 나비의 날갯짓 방정식이 정해져 있으면 미래도 정해질까? 소수점 아래 몇 자리를 버린 계산이 날씨 예보의 한계를 드러냈다. 통계와 인과 담배와 폐암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계산언어학 말을 세는 기계 문법은 규칙일까, 확률일까? 파니니의 문법에서 촘스키의 위계, 섀넌의 영어 엔트로피, 오늘날의 언어 모델까지. 정보 이론과 압축 짧게 보내기 모스 부호는 왜 E를 점 하나로 보낼까? 섀넌의 엔트로피가 정한 압축의 한계와, 허프만 부호에서 JPEG까지 그 한계에 다가간 방법들. 언어 모델 다음 단어를 맞히는 기계 다음 낱말을 짐작하는 일만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마르코프의 글자 세기에서 섀넌의 추측 게임, 트랜스포머와 규모의 법칙, 사람의 선호까지. 밑바닥에는 확률의 곱셈 규칙과 로그 하나가 있고, 그 수학은 모델이 왜 그럴듯하게 틀리는지도 말해 준다. 라플라시안 라플라시안, 가장 많이 재사용된 식 이웃의 평균에서 나를 뺀다. 이 한 줄이 열의 법칙이고, 도박꾼이 이길 확률이고, 전기 회로와 나무 세기이고, 북의 음색이고, 사진의 윤곽선이고, 그래프를 가르는 칼이고, 잡음에서 그림을 빚는 확산 모델의 밑그림이다. 반환과 동적 계획법 같은 계산, 다른 덧셈 가장 짧은 길, 길의 가짓수, 가장 그럴듯한 해석, 갈 수 있는지 없는지. 따로 태어난 알고리즘들이 사실은 한 계산이고, 달라지는 것은 더하기와 곱하기 자리에 무엇을 넣느냐뿐이다. 그렇게 바꿔 넣어도 되는 까닭은 분배법칙 하나다. 압축과 과학 압축하는 것이 이해하는 것이다 튀코 브라헤가 20년 동안 적은 행성의 위치를 케플러는 법칙 세 줄로 줄였다. 짧게 적는 일과 이해하는 일은 정말 같은 일일까? 오컴의 면도날을 비트로 재는 법, 과적합을 압축의 실패로 읽는 법, 그리고 그 말이 정리인 곳과 철학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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