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연산 하나가 정해진 집합(set)으로, 결합법칙(associativity)이 성립하고 항등원(identity element)이 있고 모든 원소(element)에 역원(inverse element)이 있는 것. 도형의 대칭, 시계의 덧셈, 카드 섞기가 모두 군이다.
정사각형 모양의 구멍에 정사각형 판이 끼워져 있습니다. 판을 들어 올려 어떻게 돌리거나 뒤집어야 다시 구멍에 꼭 맞을까요? 반시계 방향으로 0°, 90°, 180°, 270° 돌리는 네 가지와, 세로축·가로축·두 대각선을 축으로 뒤집는 네 가지, 모두 여덟 가지입니다. 도형을 제자리에 다시 겹치게 하는 이런 동작을 도형의 대칭이라 합니다. 대칭 두 개를 잇달아 하면 다시 대칭이 됩니다. 버튼으로 동작을 쌓아 보세요.
r과 v를 어떻게 섞어 누르든 결과는 여덟 가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여덟 동작과 '잇달아 하기'라는 연산이 이루는 것을 군이라 부르고, 이 군을 정사각형의 이면체군(dihedral group) D₄라 합니다. 군이 되려면 다음 네 가지가 필요합니다.
- 닫혀 있다. 두 원소를 연산한 결과가 다시 원소다. 대칭 다음 대칭은 대칭입니다.
- 결합법칙. (a 다음 b) 다음 c와 a 다음 (b 다음 c)가 같다. 동작을 차례로 하는 일이니 어디서 끊어 읽든 결과가 같습니다.
- 항등원. 무엇과 연산해도 그대로 두는 원소 e가 있다. 아무것도 안 하기(0° 회전(rotation))입니다.
- 역원. 모든 원소 a에는, a 다음에 하면 e가 되는 원소 a⁻¹이 있다. 90° 돌리기의 역원은 270° 돌리기이고, 뒤집기의 역원은 같은 뒤집기입니다. '한 번에 되돌리기'는 지금 모양의 역원을 한 동작으로 적용합니다.
요구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순서를 바꿔도 결과가 같다는 교환법칙(commutative law)은 조건이 아닙니다. 처음 모양에서 r 다음 v를 한 결과와, v 다음 r을 한 결과를 견줘 보세요. 하나는 ↗ 대각선을 축으로 한 뒤집기, 다른 하나는 ↘ 대각선을 축으로 한 뒤집기입니다. 교환법칙까지 성립하는 군은 아벨의 이름을 따 아벨 군(abelian group)이라 합니다.
군은 도형 밖에도 많습니다. 정수(integer)와 덧셈은 군입니다(항등원 0, a의 역원 −a). 0이 아닌 유리수(rational number)와 곱셈도 군입니다(항등원 1, 역원 1/a). 자연수(natural number)와 덧셈은 군이 아닙니다. 3의 역원이 될 −3이 자연수에 없으니까요. 이렇게 역원만 빠지고 결합법칙과 항등원은 갖춘 구조를 모노이드(monoid)라 합니다. 정수와 곱셈도 군이 아닙니다. 2의 역원 ½이 없습니다. 수 체계(number system)를 넓혀 온 역사는 역원이 있게 하려는 역사이기도 합니다. 시계도 군입니다. 9시에서 5시간 뒤는 2시이니, 12시간 시계에서는 9 + 5 = 2입니다. 0부터 11까지의 수와 '더한 뒤 12로 나눈 나머지(remainder)'라는 연산(모듈러 연산(modular arithmetic))이 이루는 이 군을 ℤ₁₂라 씁니다. 1부터 6까지의 수와 '곱한 뒤 7로 나눈 나머지'도 군입니다. 카드 n장을 섞는 n!가지 방법(순열, permutation)도 '잇달아 섞기'로 군을 이룹니다. 루빅 큐브를 돌리는 동작들도 '잇달아 돌리기'로 군을 이루고, 그 결과로 나올 수 있는 배치는 약 4.3 × 10¹⁹가지입니다.
원소가 유한한 군은 연산표 하나에 모두 담깁니다. 1854년 영국의 아서 케일리가 군을 처음으로 이렇게 추상적으로 정의하면서 쓴 표입니다. 군:
표를 보면 공리(axiom)가 모양으로 드러납니다. 역원이 있으니 'a 다음 x = c'를 만족하는 x는 언제나 딱 하나(x = a⁻¹ 다음 c)이고, 그래서 각 행과 각 열에 모든 원소가 정확히 한 번씩 나타납니다. 표가 라틴 방진(Latin square)이 되는 것입니다. ℤ₁₂와 곱셈 군의 표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가는 대각선을 기준으로 대칭이지만(교환법칙), 정사각형의 대칭 표는 그렇지 않습니다.
군 안의 일부가 그 자체로 군을 이루면 부분군(subgroup)이라 합니다. 네 회전 {e, r, r², r³}은 D₄의 부분군이고, r 하나를 거듭해서 모두 얻어지니 순환군(cyclic group)이라 합니다. 라그랑주의 이름이 붙은 정리에 따르면, 유한군(finite group)에서 부분군의 원소 개수는 언제나 전체 원소 개수의 약수입니다. 원소가 여덟 개인 군에는 원소가 셋인 부분군이 없습니다. 이 정리를 1, 2, …, p − 1과 'p로 나눈 나머지의 곱셈'(p는 소수(prime number))에 적용하면, p의 배수(multiple)가 아닌 모든 a에 대해 페르마의 소정리(Fermat's little theorem)
군이라는 생각은 방정식에서 나왔습니다. 2차방정식에는 근의 공식(quadratic formula)이 있고 16세기에 3차와 4차의 공식도 찾았지만, 5차에서는 300년 가까이 막혔습니다(다항식(polynomial)). 1770년 무렵 라그랑주는 공식이 있고 없고가 근들을 서로 바꾸는 순열과 관계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1824년 아벨은 일반적인 5차방정식에는 거듭제곱근으로 된 근의 공식이 없음을 증명했습니다. 프랑스의 에바리스트 갈루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방정식마다 그 근들에 대한 '허락된 바꿈'의 모임을 두고, 그 모임의 구조가 풀이 가능성을 정한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허락된 바꿈이란 근들 사이에 성립하는, 유리수 계수로 적을 수 있는 관계를 모두 지키는 바꿈입니다. x² − 2 = 0의 두 근 √2와 −√2는 서로 바꿔도 됩니다. '두 근의 합은 0', '두 근의 곱은 −2' 같은 관계가 바꾼 뒤에도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x² − 2)(x² − 3) = 0의 네 근 ±√2, ±√3에서는, √2와 −√2를 맞바꾸는 것과 √3과 −√3을 맞바꾸는 것은 허락되지만 √2를 √3으로 보내는 것은 안 됩니다. '이 근의 제곱은 2다'라는 관계가 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네 근을 바꾸는 24가지 방법 가운데 4가지만 허락되고, 이 넷이 군을 이룹니다. 갈루아는 이 군이 작은 조각으로 차례차례 쪼개지는 모양(오늘날 '가해군(solvable group)'이라 부릅니다)이면 방정식이 거듭제곱근으로 풀리고, 그렇지 않으면 풀리지 않음을 보였습니다. 일반적인 5차방정식의 군은 근 다섯 개의 순열 120가지 전부이고, 이 군은 그렇게 쪼개지지 않습니다.
갈루아는 파리 과학 아카데미에 논문을 여러 번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1831년의 원고는 푸아송이 이해할 수 없다며 돌려보냈습니다), 1832년 5월 결투에서 입은 상처로 스무 살에 죽었습니다. 그의 글은 1846년 조제프 리우빌이 출판하고 나서야 알려졌습니다. '군'(groupe)이라는 말도 갈루아가 쓴 것입니다.
군은 곧 방정식을 넘어섰습니다. 1872년 펠릭스 클라인은 에를랑겐 목록에서, 기하학이란 어떤 변환들의 군이 바꾸지 않는 성질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geometry)는 옮기기·돌리기·뒤집기가 지키는 길이와 각을, 사영기하(projective geometry)는 원근 변환이 지키는 성질을 다룹니다. 평면을 되풀이해 채우는 무늬의 대칭은 군으로 분류되어 정확히 17가지임이 알려졌습니다(1891년 러시아의 결정학자 예브그라프 페도로프). 1918년 에미 뇌터는 작용(라그랑지안, Lagrangian)으로 적히는 물리 법칙에서, 법칙이 시간을 옮겨도 변하지 않으면 에너지가, 공간을 옮겨도 변하지 않으면 운동량(momentum)이 보존된다는 정리를 증명해 연속적인 대칭과 보존 법칙을 이었습니다.
이어지는 곳. 평면의 회전을 모은 군은 회전 행렬(rotation matrix)로, 원 위를 도는 군은 1의 거듭제곱근(roots of unity)과 복소수 곱셈(complex multiplication)으로 볼 수 있고, 3차원 회전은 사원수(quaternion)의 곱셈으로 다룰 수 있습니다. 'p로 나눈 나머지의 곱셈' 군이 순환군이라는 사실이 원시근(primitive root)이고, 그 위에서 디피–헬먼 키 교환(Diffie–Hellman key exchange)이 이루어집니다. 이런 군을 쓰는 수의 이론 전체는 정수론(number theory)에 있습니다. 군을 공리로 정의하는 방식은 공리와 공준(axioms and postulates)에서, 같은 것끼리 묶어 새 대상을 만드는 방법은 동치관계(equivalence relation)에서, 대칭이 수학 전체에서 하는 일은 대칭과 불변량(invariant)에서 이어집니다. 군 하나는 대상이 하나뿐이고 모든 화살표를 되돌릴 수 있는 범주(category)로 볼 수 있어서, 군론(group theory)의 많은 개념이 범주론(category theory)에서 일반화됩니다. 갈루아의 대응은 두 함수(function)로 적힙니다. 하나는 중간 크기의 체를 그 체의 수를 모두 고정하는 허락된 바꿈들의 부분군으로 보내고, 다른 하나는 부분군을 그 부분군이 고정하는 수들로 보냅니다. 체가 클수록 고정하는 바꿈은 적으니 두 함수는 포함 관계를 뒤집고, 이런 짝을 갈루아 연결(Galois connection)이라 합니다. 근을 모두 담는 유한 갈루아 확대(Galois extension)에서는 두 함수가 서로를 되돌리는 일대일 대응(one-to-one correspondence)이 됩니다.
이 개념이 나오는 긴 글
이 개념 위에 세워진 것
이 개념을 언급하는 페이지
- 오일러 피 함수와 페르마 소정리
… 역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결합법칙이 성립하는 연산 하나에 대해 닫혀 있고, 항등원과 역원을 갖춘 모임을군이라 합니다. 위의 "고리 길이는 전체 개수의 약수"라는 논증은 군 이론의 라그랑주 정리(부분군의 …
- 1의 거듭제곱근
… 이것입니다. 곱셈과 덧셈이라는 서로 다른 연산이 완전히 같은 구조를 가진다는 뜻으로, 수학자들은 이를 두군이 같은 모양(동형)이라고 말합니다. 한 점에서 출발해 k = 칸씩 건너뛰며 이어 봅시다. 모든 점을 한 …
- 순열
… 자리 바꾸기로 보면 두 순열을 잇달아 하는 합성이 또 하나의 순열이 되고, n개의 순열 전체는 합성에 대해군을 이룹니다(대칭군). 순열 하나를 따라가면 몇 개의 고리, 곧 순환으로 쪼개집니다. 예를 들어 1→3, …
- 수 체계: 자연수에서 실수까지
… 나눗셈은 정수론(소수, 모듈러 연산)으로 갑니다. 역원이 있게 하려고 수를 넓혀 온 이 이야기는군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수의 바탕을 무엇에 둘지는 수학 기초론 논쟁의 주제였습니다. 무한을 다루는 태도 …
- 다항식
… 적는 공식이 없음을 증명했고, 갈루아는 어떤 방정식이 그렇게 풀리는지를 근들의 대칭이 이루는군으로 판정했습니다. 공식이 없어도 근은 있습니다. 복소수까지 허락하면 n차 다항식은 중근을 겹쳐 세어 …
- 공리와 공준
… 1933년 콜모고로프는 확률을 공리 세 개 위에 세웠고, 거리(거리 함수), 벡터 공간,군도 모두 몇 개의 공리로 정의됩니다. 공리를 만족하는 모든 대상에 대해 정리를 한꺼번에 증명할 수 있다는 …
- 사영기하
… 뜻의 말을 남겼습니다. 1872년 펠릭스 클라인은 에를랑겐 프로그램에서 기하학이란 어떤 변환의 모임(군)으로 바뀌지 않는 성질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는 사영 변환 가운데 길이와 각을 …
- 정수론
… 도입했고, 데데킨트는 1871년 이를 아이디얼이라는 개념으로 다듬었습니다. 이렇게 새 수 체계의 산술을군이나 환 같은 대수 구조로 다루는 갈래가 대수적 정수론 입니다. 와일스의 증명도 타원곡선과 모듈러 …
- 사원수
… ±1, ±i, ±j, ±k 여덟 원소는 곱셈에 대해 교환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작은군(사원수군)을 이룹니다. 사원수의 크기 공식은 정수론의 네 제곱수 정리로 이어지고, 회전과 합성의 …
- 라틴 방진
… 가로줄과 세로줄마다 기호가 한 번씩 돕니다. 이것은 n시간짜리 시계의 덧셈표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군이든 그 곱셈표는 라틴 방진입니다. ab = ac이면 b = c라서 한 줄에 같은 값이 두 번 나올 수 …
- 호모토피 타입 이론
… 점에서 떠나 돌아오는 고리들을 이렇게 변형으로 오갈 수 있는 것끼리 묶으면, 이어 붙이기를 연산으로 하는군이 되는데 이것이 기본군입니다. 원의 기본군은 정수의 덧셈군 ℤ입니다(구멍 뚫린 평면도 같습니다). 고리를 …
- 범주론
… 주의하세요. g\circ f 는 'f 다음 g'입니다. 함수를 g(f(x)) 로 적는 습관을 따른 것이라,군페이지의 표처럼 'a 다음 b'를 ab로 적는 방식과는 순서가 반대입니다. 요구하는 것은 둘뿐입니다. …
- 모노이드
… a = a\cdot e\quad\text{(항등원)} 가 성립하면 (M, ·, e)를 모노이드라 합니다.군과 달리 되돌리는 원소(역원)는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어 붙인 문자열을 원래대로 떼어 낼 '음의 문자열'은 …
- 함자
… 공간⟧마다 '기준점에서 출발해 돌아오는 고리들을, 연속적으로 변형해 겹칠 수 있는 것끼리 같게 본 것'의군을 붙이고, 기준점을 기준점으로 보내는 연속 함수마다 군 준동형을 붙이는 함자입니다. 원주의 기본군은 정수 …
- 자연 변환
… 성분이 모두 동형인 자연 변환을 자연 동형이라 하고, 함자 사이의 '같음'은 보통 이것입니다. 작은 예로,군을 대상이 하나인 범주로 보면 두 군 준동형 φ, ψ: G → H 사이의 자연 변환은 모든 g에 대해 …
- 요네다 보조정리
… '관계가 같다'는 말이 너무 약해집니다. 대상이 하나뿐인 범주로 보면 요네다는 오래된 정리가 됩니다.군G를 대상 ★ 하나와 원소마다 화살표 하나를 가진 범주로 봅시다. 합성 g\circ h 는 'h 다음 …
- 상태 공간 모형과 선형 순환
… 있는 문제들의 부류입니다. 그래서 이런 모형은 다섯 원소의 치환을 차례로 합성해 결과를 추적하는 것(군의 곱 추적) 같은 일반적인 상태 추적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것은 TC⁰가 더 큰 부류 NC¹과 …
- 갈루아 연결
… 네 가지뿐입니다. √2의 제곱이 2이므로 √2가 가는 곳도 제곱이 2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넷이 이루는군을 G라 합시다. '자기 동형 g가 수 x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관계는 위의 대상–성질 관계와 똑같은 …
- 작도 가능한 수
… 동작이 보존하는 성질을 찾아라'는 불변량 논법의 대표 예입니다. 차수가 층마다 곱해진다는 사실은군에서 부분군의 크기가 전체 크기를 나눈다는 라그랑주 정리와 닮았고, 그 둘을 잇는 것이 갈루아 이론입니다. …
- 님과 스프라그–그런디 정리
… 교환법칙을 지키고 0이 항등원이며 모든 원소가 자기 자신의 역원이라, 음 아닌 정수들이 님 합에 대해군을 이룹니다. 이 군은 2원소 체 위의 벡터들을 더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진법의 각 자리가 좌표 …
- 배타적 논리합
… a = 0 ). 모든 원소가 자기 자신의 역원인 셈이고, 0과 1이 XOR로 이루는 구조는 원소가 둘뿐인군입니다. 이 마지막 성질에서 '두 번 하면 되돌아온다'가 나옵니다. (a \oplus k) \oplus 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