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포스: 집합을 닮은 우주(Topos)
집합(set)의 범주(category)처럼 유한 극한(limit), 함수(function)들의 대상, 그리고 '부분 대상 분류자(subobject classifier)' Ω를 가진 범주. 집합에서는 Ω = {참, 거짓}이지만, 시간에 따라 변하는 집합이나 공간 위의 층의 세계에서는 진릿값(truth value)이 더 많다. 그 안의 논리는 직관주의 논리(intuitionistic logic)이고, 배중률(law of excluded middle)은 토포스에 따라 성립하기도 하고 깨지기도 한다.
집합 X의 부분집합(subset) S는 X의 각 원소(element)에 '들어 있다(참)' 또는 '들어 있지 않다(거짓)'를 붙이는 함수
볼 부분 대상:
이 세계를 정확히 적어 봅시다. 대상은 두 집합
진릿값이 셋이면 논리가 달라집니다. 오늘의 진릿값을 끝내 거짓 = 0, 내일 참 = ½, 참 = 1로 적으면 '그리고'는 최솟값, '또는'은 최댓값이고, 부정 ¬a는 'a가 앞으로도 결코 참이 되지 않는다'입니다. 그래서 ¬1 = 0, ¬0 = 1이지만 ¬½ = 0입니다. '내일 참'인 것은 '결코 참이 되지 않는다'가 거짓이니까요. 그러면
입니다. 배중률
토포스(topos)는 이런 구조를 갖춘 범주입니다. 1969–70년 로베어와 마일스 티어니가 내놓은 정의에 따르면, 유한 극한(곱과 동등자(equalizer), 끝 대상(terminal object))이 있고, 지수 대상(exponential object)이 있어 데카르트 닫힌 범주(cartesian closed category)이며, 부분 대상 분류자 Ω를 가진 범주가 (기본) 토포스입니다. 이것만으로 멱집합에 해당하는 대상
역사는 두 갈래입니다. 그로텐디크는 1960년대 초 대수기하학의 코호몰로지(cohomology)를 위해 '공간 위의 층들의 범주'를 공간 대신 연구하자고 제안했고, 1963–64년 세미나(SGA 4)에서 이런 범주를 토포스라 불렀습니다. 공간이 아닌 것 위에서도 층의 범주는 만들 수 있으니, 토포스는 공간 개념을 넓힌 것입니다. 로베어는 다른 쪽에서 왔습니다. 그는 1964년 집합론(set theory)을 원소와 ∈ 대신 함수와 합성의 공리(axiom)로 적은 ETCS(집합 범주의 기본 이론)를 발표했고, 그로텐디크의 토포스가 집합의 범주를 닮았다는 데 주목해 티어니와 함께 그 공통 구조를 공리로 뽑았습니다. 모든 그로텐디크 토포스는 기본 토포스(elementary topos)이지만 거꾸로는 아닙니다. 유한 집합의 범주는 기본 토포스이지만 무한한 합을 갖지 않아 그로텐디크 토포스가 아닙니다.
모든 토포스 안에서는 수학을 할 수 있습니다. 원소 대신 화살표로, 부분집합 대신 부분 대상으로, 참·거짓 대신 Ω의 화살표로 말하면 됩니다. 그 안에서 직관주의 논리의 법칙은 어느 토포스에서나 성립하지만, 배중률은 토포스에 따라 성립하기도 하고 깨지기도 합니다. 집합의 세계는 Ω가 '참'과 '거짓' 둘로 이루어진 불 토포스라서 고전 논리가 성립하는 특별한 경우입니다. 집합론의 공리 하나가 논리를 바꾸기도 합니다. 1975년 라두 디아코네스쿠는 토포스에서 선택공리(axiom of choice)가 성립하면 배중률도 성립한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공리). 그래서 선택공리는 순수하게 '집합에 관한' 공리가 아니라 논리를 고전적으로 만드는 공리이기도 합니다. 각 토포스는 서로 다른 수학의 우주이고, 한 토포스에서 참인 문장이 다른 토포스에서는 거짓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토포스는 '가능한 수학 세계'를 비교하는 도구가 됩니다. 1963년 폴 코언은 강제법(forcing)으로 연속체 가설(continuum hypothesis)이 거짓인 집합론의 모형을 지어, 연속체 가설을 기존 공리로 증명할 수 없음을 보였습니다. 1972년 티어니는 연속체 가설이 거짓인 토포스를 층으로 지어 같은 결과를 다시 증명했습니다. 1982년 마틴 하일랜드가 지은 유효 토포스(effective topos) 안에서는 '자연수(natural number)에서 자연수로 가는 모든 함수는 계산 가능하다'가 참인 문장입니다(처치–튜링 논제(Church–Turing thesis)). 로베어가 1967년 강의에서 제안하고 앤더스 코크가 1981년 책으로 정리한 합성 미분 기하(synthetic differential geometry)에서는 제곱하면 0인 '무한소(infinitesimal)' d들의 대상이 원소 0 하나만의 대상이 아니어서,
토포스 안에서 '국소적으로 참이다'를 뜻하는 연산을 따로 둘 수도 있습니다. 화살표
이어지는 곳. 부분집합과 참·거짓 함수의 대응은 멱집합과 집합에서 출발하고, 진릿값이 늘어난 논리는 직관주의 논리의 헤이팅 대수이며, 진릿값이 둘인 특별한 경우가 불 대수입니다. 토포스가 되기 위한 지수 대상은 데카르트 닫힌 범주에서, 공간 위의 대표적인 토포스는 층에서 볼 수 있습니다. 로베어가 집합론을 화살표로 다시 쓴 일은 로베어와 수학의 기초(basics)에서, 공간 개념을 넓힌 일은 그로텐디크에서 이어집니다. 선택공리와 배중률의 관계는 공리로, 연속체 가설의 독립성은 연속체 가설로 이어지고, 토포스의 내부 언어가 고차 직관주의(intuitionism) 타입 이론(type theory)이라는 점에서 타입 이론과 호모토피 타입 이론(homotopy type theory)이 같은 이야기를 다른 쪽에서 합니다.
이 개념이 나오는 긴 글
이 개념을 언급하는 페이지
- 국소 선형성
… 성립하는데, 'd = 0이거나 d ≠ 0'이라고 말하면 모순이 나오므로 이 이론은 배중률이 성립하지 않는토포스안에서 세워집니다.
- 집합
… '이 원소가 들어 있나'에 참·거짓으로 답하는 함수와 하나씩 짝지어집니다. 이 성질을 일반화한 범주가토포스입니다. 토포스 안의 논리는 일반적으로 배중률을 가정하지 않는 직관주의 논리이고, 배중률은 특별한 …
- 멱집합
… 성질이 있습니다. 이 성질을 일반화해 {참, 거짓} 자리에 '진릿값들의 대상'을 두고 공리로 삼은 범주가토포스입니다. 또 칸토어의 정리 때문에 어떤 집합도 자기 멱집합과 일대일로 짝지어질 수 없으므로, 멱집합을 …
- 연속체 가설
… 구조입니다. 이런 층들이 이루는 세계는 집합의 세계처럼 수학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되는데, 이런 무대를토포스라 합니다. 강제법으로 만든 모형도 이 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곳. 사다리의 칸마다 익숙한 …
- 불 대수
… 하나와 일대일로 대응하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값짜리 진릿값을 더 풍부한 진릿값의 대상으로 바꾼 세계가토포스이고, 그 안의 부분 대상들은 일반적으로 헤이팅 대수를 이룹니다. 두 구조 모두에서 '그리고'와 '이면'은 …
- 러셀의 역설
… 대신 함수와 합성만으로 집합론을 적는 다른 기초를 내놓았고, 그 공리 가운데 일부만 남긴 세계가토포스입니다. ZFC는 알려진 역설을 막았지만, ZFC에 모순이 없다면 그 안에서 증명도 반증도 할 수 없는 …
- 공리와 공준
… 평면은 n = 2인 경우입니다). 공리 하나가 논리를 바꾸기도 합니다. 집합의 세계를 닮은 수학적 우주인토포스에서는 선택공리가 성립하면 배중률도 따라 성립합니다(라두 디아코네스쿠, 1975). 그래서 선택공리는 …
- 수학 기초론 논쟁
… 초 케임브리지⟧가 있습니다. 배중률 없이 하는 수학이 어떤 '우주'에서 참인지에 대해서는 범주론의토포스가 한 가지 답을 줍니다. 토포스 안에서 성립하는 논리는 일반적으로 직관주의 논리입니다. 집합의 …
- 위상수학
… 맞아떨어지는 자료들을 하나로 붙이는 규칙을 둔 것이 층이고, 한 공간 위의 층 전체가 이루는 범주가토포스입니다. 타입 이론에서 '두 원소가 같다'는 증명을 두 점을 잇는 경로로 읽으면, 고리와 그 변형이 논리 …
- 직관주의 논리
… 다른 얼굴입니다. 불 대수와 헤이팅 대수의 차이는 불 대수에서 출발해 비교해 보면 선명합니다. 모든토포스의 내부 논리가 직관주의 논리이고, 헤이팅 대수의 '이면'은 '그리고'의 위쪽 짝, 곧 갈루아 연결 …
- 호모토피 타입 이론
… 기초론 논쟁⟧: 집합론 대신 무엇을 수학의 바탕으로 삼을지는 이 논쟁 이후로 이어지는 물음입니다.토포스: 집합의 세계를 넓힌 것으로, 그 안의 논리를 타입 이론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2019년 마이클 슐먼은 …
- 범주론
… 화살표 모음을 거리나 참·거짓으로 바꾼 풍부화된 범주, 국소 자료를 붙이는 층과 층들의 세계인토포스가 있습니다. 이 어휘가 최대공약수, 쌍대 공간, 연쇄법칙, 내림과 올림에서 각각 어떻게 일하는지는 긴 글 …
- 자연 변환
… 되는데, '오늘'과 '내일' 두 시점에 걸쳐 변하는 집합들의 범주가 그런 예이고 이 세계는 진릿값이 셋인토포스입니다. 내적으로 짝짓는 V ≅ V*가 회전과 뒤집기에 대해서만 자연스럽다는 것을 줄무늬로 확인하는 그림은 …
- 데카르트 닫힌 범주
… 바꿔 커링하면 모노이드 범주와 선형 논리가 되고, 유한 극한과 부분 대상 분류자까지 갖추면토포스가 됩니다. D ≅ D D 인 대상은 연속 함수만 모은 영역 이론의 세계에서 실제로 지어집니다.
- 층: 국소에서 전체로
… 공간이 아닌 것 위에서도 층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한 공간 위의 층 전체가 이루는 범주는토포스의 원형이고, 그로텐디크는 공간보다 이 범주가 더 근본적인 대상이라고 보았습니다. 이어지는 곳. 열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