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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에서 회전까지 · 3편 · 테일러 급수

한 점에서 전부를

어떤 함수⁠(function)⁠에 대해 딱 한 점에서의 정보만 준다면, 함수 전체를 알아낼 수 있을까요?

2편 「거리를 되찾기」에서는 모든 순간의 속도⁠(instantaneous velocity)⁠를 쌓아 위치를 되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보를 한 점으로 줄여 봅니다. 그 대신 그 한 점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모두 압니다. 점선 숫자는 좌우로 끌 수 있고(키보드 ←/→도 됩니다), 밑줄 친 말에 마우스를 올리면 그림에서 그 부분이 빛납니다. 휴대폰에서는 마우스를 올리는 대신 누르면 됩니다.

수수께끼를 하나 냅니다. 어떤 곡선이 x=0x = 0에서 높이가 1이고, 기울기⁠(slope)⁠도 1이고, 기울기가 변하는 빠르기도 1이고, 그 빠르기의 빠르기도 1이고… 끝없이 모두 1입니다. 이 곡선은 무엇일까요?

낱말을 먼저 맞춰 둡시다. 1편에서 곡선 ff의 기울기를 모은 함수를 도함수⁠(derivative function)⁠ f′f'('에프 프라임')이라고 불렀습니다. '기울기가 변하는 빠르기'는 그 도함수를 한 번 더 미분⁠(differentiation)⁠한 것이고, f′′f''('에프 더블 프라임')이라고 씁니다. 그림으로는 곡선이 휘는 정도입니다. 그다음은 f′′′f''', 또 그다음은 네 번 미분한 것…입니다. 그러니 수수께끼는 "f(0)f(0), f′(0)f'(0), f′′(0)f''(0), f′′′(0)f'''(0), …이 모두 1인 함수는 무엇인가?"입니다.

답을 찾을 재료로는 1+2x+5x21 + 2x + 5x^2처럼 x의 거듭제곱(x2=x×xx^2 = x \times x, x3=x×x×xx^3 = x \times x \times x, …)에 수를 곱해 더한 식, 곧 다항식⁠(polynomial)⁠을 씁니다. 다항식은 더하기와 곱하기만으로 계산할 수 있어서 다루기 쉽습니다. 이 다항식에 한 항씩 붙여 가며 수수께끼의 곡선을 따라잡아 보겠습니다.

1 · 값과 기울기0차와 1차

한 점에 대한 정보를 조금만 쓰면 곡선을 얼마나 흉내 낼 수 있을까요? 이 절은 높이 하나, 그리고 높이와 기울기 둘만 쓴 가장 단순한 근사를 봅니다.

아는 것이 높이 하나뿐이라면 할 수 있는 최선은 수평선 P0(x)=1P_0(x) = 1입니다(P0P_0은 '피 제로'라고 읽고, 0차 다항식, 곧 x가 들어 있지 않은 상수라는 뜻입니다). 기울기까지 안다면 그 점을 지나고 기울기가 같은 직선, P₁(x) = 1 + x를 그릴 수 있습니다. x=0x = 0을 넣으면 높이가 1이고, x가 1 늘 때마다 1씩 오르니 기울기도 1입니다. 1편에서 본 접선⁠(tangent line)⁠이 바로 이것입니다. 곡선을 확대하면 직선이 된다는 국소 선형성⁠(local linearity)⁠을 식으로 적은 것이죠.

파란 곡선이 정답입니다(아직 이름은 밝히지 않겠습니다). 노란 선이 우리가 만든 근사입니다.

접선은 x=0x = 0 근처에서만 잘 맞습니다. 숫자로 보면, x=0.1x = 0.1에서 곡선의 높이는 약 1.10517이고 직선은 1.1이라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x=1x = 1에서 곡선은 약 2.718인데 직선은 2입니다. 조금만 벗어나면 곡선은 위로 휘어 올라가는데 직선은 휘지 못하니까요. 휘어짐을 담으려면 x2x^2 항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높이와 기울기만 맞춘 근사는 접선이고, 기준점에서 멀어지면 휘어짐을 놓칩니다.

2 · 휘어짐 맞추기계수를 손으로 찾아보기

휘어짐까지 맞추려면 x2x^2, x3x^3 항 앞에 어떤 수를 곱해야 할까요? 이 절은 그 수를 먼저 손으로 찾아보고, 그다음 규칙을 봅니다. 그 규칙 하나가 이 글 전체의 공식입니다.

다항식 P(x)=1+x+a2x2+a3x3P(x) = 1 + x + a_2 x^2 + a_3 x^3의 계수를 직접 맞춰 봅시다. 계수는 거듭제곱 앞에 곱한 수이고, a2a_2('에이 투')는 x2x^2의 계수, a3a_3은 x3x^3의 계수입니다. 앞의 1+x1 + x는 1절의 접선이라 이미 높이와 기울기가 맞습니다. a2=a_2 = , a3=a_3 = . 이 두 수를 좌우로 끌어서 노란 곡선을 파란 곡선에 최대한 붙여 보세요.

함수와 근사
x = 0에서 비교한 미분값
오른쪽 막대: 0차(높이), 1차(기울기), 2차(휘어짐), 3차 미분값입니다. 파란 테두리가 목표, 색을 채운 막대가 지금의 근사입니다.

왼쪽 그림의 빨간 영역은 두 곡선 사이의 틈, 곧 오차입니다. 오른쪽 그림은 두 곡선을 x=0x = 0에서 비교한 계기판입니다. 막대 네 개가 모두 같은 높이가 되면 그 점에서 두 곡선은 높이, 기울기, 휘어짐, 휘어짐의 변화까지 똑같습니다. 2차 미분 막대를 맞추려면 a2a_2가 얼마여야 하나요?

막대의 높이는 이렇게 계산됩니다. 1편 끝에서 본 규칙 'xnx^n을 미분하면 nxn−1n x^{n-1}'을 쓰면 P′(x)=1+2a2x+3a3x2P'(x) = 1 + 2a_2 x + 3a_3 x^2, P′′(x)=2a2+6a3xP''(x) = 2a_2 + 6a_3 x, P′′′(x)=6a3P'''(x) = 6a_3입니다. 여기에 x=0x = 0을 넣으면 x가 붙은 항은 모두 0이 되어, 네 막대는 차례로 1, 1, 2a22a_2, 6a36a_3입니다. 예를 들어 a2=0.3a_2 = 0.3이면 2차 막대는 0.6입니다.

답과 이유

a2=12a_2 = \tfrac{1}{2}, a3=16a_3 = \tfrac{1}{6}입니다. x2x^2을 두 번 미분하면 2가 되고, x3x^3을 세 번 미분하면 3⋅2=63 \cdot 2 = 6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xkx^k을 kk번 미분하면 k!=k×(k−1)×⋯×1k! = k \times (k-1) \times \cdots \times 1('k 팩토리얼⁠(factorial)⁠')이 튀어나옵니다. 다른 항은 방해하지 않습니다. 차수가 k보다 낮은 항은 k번 미분하는 동안 사라지고, 높은 항은 x가 남아 있어 x=0x = 0에서 0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kk번 미분한 값 f(k)(0)f^{(k)}(0)를 맞추려면 계수를 k!k!로 나눠야 합니다.

여기서 f(k)(0)f^{(k)}(0)는 'ff를 k번 미분한 함수의 0에서의 값'이고, 프라임을 k개 늘어놓는 대신 괄호 속에 횟수를 적은 것입니다. 팩토리얼의 예를 들면 3!=3×2×1=63! = 3 \times 2 \times 1 = 6, 4!=244! = 24이고, 0!=10! = 1로 약속합니다.

ak=f(k)(0)k!a_k = \frac{f^{(k)}(0)}{k!}

정답 계수로 맞추기

정리하면, 기준점에서 k번 미분한 값을 맞추려면 xkx^k의 계수를 그 값 ÷ k!로 두면 됩니다. 이 곡선은 미분값이 모두 1이니 계수는 1, 1, 1/2, 1/6, …입니다.

3 · 모든 차수항을 끝없이 붙이면

항을 끝없이 붙이면 곡선을 어디까지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곡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절에서 수수께끼의 답이 나옵니다.

이제 규칙을 알았으니 항을 계속 붙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쓰는 재료는 한 점에서의 미분계수⁠(derivative)⁠와, 그 도함수를 거듭 미분한 값들뿐입니다. 이 곡선은 미분값이 모두 1이니 k차 항은 xkk!\tfrac{x^k}{k!}입니다. 차수를 n=n = 까지 올려 보세요. 아래 식은 n차까지 붙인 다항식이고, ≈\approx는 '근삿값이 같다'는 뜻입니다.

그림에서는 노란 곡선이 파란 곡선에 달라붙는 구간이 n과 함께 어떻게 넓어지는지, 빨간 오차 영역이 어떻게 밀려나는지 보세요. 속이 빈 파란 점은 x=1x = 1에서 노란 다항식이 주는 값입니다.

노란 곡선이 n차 다항식입니다. 빨간 영역은 오차입니다. n을 올리면 달라붙는 구간이 점점 넓어집니다.

이 곡선에서는 한 점에서의 미분값만으로 만든 다항식이 차수를 올릴수록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곡선을 따라갑니다(늘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5절에서 봅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합을 급수⁠(series)⁠라고 합니다. 끝없는 덧셈을 실제로 끝낼 수는 없으니, 급수의 값은 앞에서부터 n개 항까지 더한 값이 n을 키울 때 향하는 극한⁠(limit)⁠으로 정합니다(1편의 극한과 같은 뜻이고, 이 정의가 자리 잡은 이야기는 6절에 있습니다). 이렇게 한 점의 미분값으로 만든 급수를 테일러 급수(테일러 급수⁠, Taylor series⁠)라 부릅니다. n차에서 멈춘 다항식은 테일러 다항식⁠(Taylor polynomial)⁠이라 하여 구별합니다. 그림의 노란 곡선이 테일러 다항식이고, 급수는 n을 끝없이 올린 것입니다. 여기서는 x=0x = 0을 기준점으로 삼았지만, 다른 점을 기준으로 해도 방법은 같습니다.

이제 수수께끼의 답입니다. 모든 미분값이 1인 이 곡선은 지수함수 eˣ(지수함수⁠, exponential function⁠)입니다(엄밀히는 5절에서 단서가 하나 붙습니다). 1편 5절에서 본, 도함수가 자기 자신인 바로 그 함수입니다. 자기 자신을 미분해도 그대로이니 몇 번을 미분해도 같고, x=0x = 0에서 값이 1이니 모든 미분값이 1입니다. e는 약 2.718인 수로, x=1x = 1을 넣으면 e=1+1+12+16+⋯e = 1 + 1 + \tfrac{1}{2} + \tfrac{1}{6} + \cdots이고, n차까지 더한 값은 입니다(참값 2.718282…). 손으로 더해 보면 n = 3에서 2.666667, n = 5에서 2.716667, n = 8에서 2.718279로, 항을 붙일수록 참값에 빠르게 다가갑니다. 뒤의 항일수록 k!로 나누니 급격히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한 점의 미분값들로 만든 테일러 급수가 exe^x를 되살리고, 수수께끼의 답은 exe^x입니다.

무한히 많은 것을 더해 유한한 값이 나온다는 생각은 오래도록 철학의 문제였습니다. 기원전 5세기 남이탈리아의 철학자 엘레아의 제논은, 어떤 거리를 가려면 먼저 절반을, 다음에 남은 거리의 절반을… 끝없이 지나야 하니 결코 도착할 수 없다고 논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학』에서 무한을 "얼마든지 더 나눌 수 있다"는 가능성(가능적 무한⁠, potential infinity⁠)으로만 인정하고, 다 완성된 무한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 틀 안에서 아르키메데스는 포물선⁠(parabola)⁠ 조각의 넓이⁠(area)⁠를 구하며 1+14+116+⋯=431 + \tfrac14 + \tfrac1{16} + \cdots = \tfrac43에 해당하는 합을 다뤘습니다. 다만 무한히 더하는 대신 이중 귀류법⁠(double reductio ad absurdum)⁠을 썼습니다. 귀류법⁠(proof by contradiction)⁠은 어떤 주장이 틀렸다고 가정한 뒤 모순을 끌어내 그 주장이 옳음을 보이는 증명입니다. 아르키메데스는 "넓이가 4/3보다 크다"고 가정해도 모순, "4/3보다 작다"고 가정해도 모순임을 차례로 보여, 넓이가 정확히 4/3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끝없는 합을 무한히 더한 값으로 곧바로 다루는 계산은 14세기 인도 케랄라와 파리에서 시작되어 17세기 유럽에서 널리 쓰였고(6–7절), 그 값을 극한으로 정의한 것은 19세기의 일입니다(「순간의 속도」, 「무한에도 크기가 있다」).

4 · 세 함수의 계수eˣ, cos x, sin x

같은 방법을 다른 함수에 쓰면 계수가 어떻게 나올까요? 이 절은 사인과 코사인⁠(sine and cosine)⁠의 계수를 구하고, 그것이 exe^x의 계수와 거의 같다는 뜻밖의 사실을 봅니다.

사인과 코사인을 잠깐 떠올려 둡시다. 반지름이 1인 원 위에서, 오른쪽 끝 점에서 출발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호의 길이 x만큼 돈 점을 생각합니다. 그 점의 가로 좌표가 cos⁡x\cos x('코사인⁠(cosine)⁠ 엑스'), 세로 좌표가 sin⁡x\sin x('사인⁠(sine)⁠ 엑스')입니다. 그래서 cos⁡0=1\cos 0 = 1, sin⁡0=0\sin 0 = 0이고, 둘 다 −1과 1 사이를 물결처럼 오르내립니다.

함수()를 골라 차수를 까지 올려 보세요.

함수와 n차 근사
x = 0에서의 k차 미분값 (계수 = 막대 ÷ k!)

위 식은 고른 함수와, n차까지의 테일러 다항식입니다. 오른쪽 막대는 x=0x = 0에서의 미분값 f(0),f′(0),f′′(0),…f(0), f'(0), f''(0), \dots이고, 막대 아래 숫자 k는 몇 번 미분했는지입니다(0부터 셉니다). 고른 차수보다 높은 막대는 흐리게 보입니다. 계수는 이 값을 k!k!로 나눈 것이니 부호와 "있고 없음"이 그대로 보입니다. 세 함수를 번갈아 보세요. 규칙이 보이나요?

세 함수의 계수를 차수별로 나란히 적어 보면 이렇습니다.

k012345⋯ex1112!13!14!15!⋯cos⁡x10−12!014!0⋯sin⁡x010−13!015!⋯\begin{array}{c|ccccccc} k & 0 & 1 & 2 & 3 & 4 & 5 & \cdots \\ \hline e^x & 1 & 1 & \tfrac{1}{2!} & \tfrac{1}{3!} & \tfrac{1}{4!} & \tfrac{1}{5!} & \cdots \\ \cos x & 1 & 0 & -\tfrac{1}{2!} & 0 & \tfrac{1}{4!} & 0 & \cdots \\ \sin x & 0 & 1 & 0 & -\tfrac{1}{3!} & 0 & \tfrac{1}{5!} & \cdots \end{array}

크기로만 보면 코사인과 사인의 계수를 합친 것이 정확히 exe^x의 계수입니다. 짝수 칸은 코사인이, 홀수 칸은 사인이 채웁니다. 다른 것은 부호뿐입니다. 2편 5절에서 사인과 코사인은 넓이를 쌓으면 서로 바뀌는 짝이었습니다. 여기서는 그 짝이 exe^x의 급수를 짝수 차 항과 홀수 차 항으로 반씩 나눈 조각처럼 보입니다.

정리하면, 코사인은 exe^x 급수의 짝수 차 항, 사인은 홀수 차 항을 가져다 부호를 번갈아 바꾼 것입니다. 이 부호 차이를 메울 방법은 이 글의 끝에서 묻습니다.

5 · 어디까지 맞을까급수가 멈추는 곳

3절과 4절의 급수는 기준점에서 아무리 멀리 가도 곡선을 따라갔습니다. 이 절의 질문은 이것입니다. 한 점의 미분값으로 만든 급수는 언제나 함수 전체를 되살릴까요? 답은 '아니요'이고, 실패하는 방식이 두 가지 있습니다.

exe^x, cos⁡x\cos x, sin⁡x\sin x의 급수는 어디서나 맞습니다. 하지만 모든 함수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첫 번째 예는 11+x2\tfrac{1}{1+x^2}입니다. 값을 몇 개 넣어 보면 x=0x = 0에서 1, x=±1x = \pm 1에서 12\tfrac12, x=±2x = \pm 2에서 15=0.2\tfrac15 = 0.2로, 0에서 가장 높고 양옆으로 완만하게 내려가는 언덕 모양입니다. 11+x2\tfrac{1}{1+x^2}는 실수⁠(real number)⁠ 전체에서 매끄럽습니다. 몇 번이든 미분할 수 있고 끊기거나 꺾인 곳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그 급수 1−x2+x4−⋯1 - x^2 + x^4 - \cdots는 ∣x∣<1|x| \lt 1에서만 맞고 그 밖에서는 발산⁠(divergence)⁠합니다. ∣x∣<1|x| \lt 1은 'x가 −1과 1 사이'라는 뜻입니다. 발산한다는 것은 항을 더할수록 합이 어느 한 값으로 모이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왜 그런지는 계산으로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급수는 이웃한 두 항의 비(공비⁠, common ratio⁠)가 늘 −x2-x^2인 등비급수⁠(geometric series)⁠입니다. 공비가 r인 등비급수 1+r+r2+⋯1 + r + r^2 + \cdots는 r이 −1과 1 사이일 때 11−r\tfrac{1}{1-r}로 모입니다. 합을 S라 하면, S에 r을 곱한 것은 첫 항 1만 빠진 같은 급수이므로 S=1+rSS = 1 + rS, 곧 S=11−rS = \tfrac{1}{1-r}이기 때문입니다(이 계산은 합이 어떤 값으로 모인다는 것을 알 때만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 r=−x2r = -x^2을 넣으면 11+x2\tfrac{1}{1+x^2}입니다.

숫자로 확인해 봅시다. x=0.5x = 0.5이면 공비가 −0.25이고, 1−0.25+0.0625−0.015625+⋯1 - 0.25 + 0.0625 - 0.015625 + \cdots을 앞에서부터 더하면 1, 0.75, 0.8125, 0.796875, 0.80078…로 11.25=0.8\tfrac{1}{1.25} = 0.8에 모입니다. 반면 x=2x = 2를 넣으면 1−4+16−64+⋯1 - 4 + 16 - 64 + \cdots처럼 항이 줄기는커녕 커지기만 합니다. 함수의 값은 0.2인데, 급수는 아무 값에도 모이지 않습니다.

급수가 맞는 구간의 반지름을 수렴반경⁠(radius of convergence)⁠이라고 합니다. 이 급수의 수렴반경은 1입니다. 이 함수의 수렴반경이 왜 하필 1인지는 실수축 위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복소평면⁠(complex plane)⁠까지 넓혀 보면 x=±ix = \pm i에서 분모가 0이 되는 극이 있고, 기준점 0에서 그 점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1입니다.

낱말을 풀어 둡니다. ii는 제곱해서 −1이 되는 수이고, 그래서 1+i2=01 + i^2 = 0입니다. 복소평면은 보통의 수(실수)를 가로축에, ii의 배수⁠(multiple)⁠를 세로축에 놓은 평면이고, ii는 원점에서 위로 1만큼 떨어진 점입니다. 극은 분모가 0이 되어 함숫값이 한없이 커지는 점입니다. 4편에서 복소수⁠(complex number)⁠를 만나면 이 말의 뜻이 드러날 것입니다(「원을 그리는 지수함수」 4절).

두 번째 실패는 더 이상합니다. 1823년 코시는 x≠0x \ne 0에서 e−1/x2e^{-1/x^2}이고 0에서 0인 함수를 보였습니다. 0 근처에서 이 함수는 어떤 거듭제곱 xnx^n보다도 빨리 납작해집니다. 숫자로 보면 x=0.5x = 0.5에서 e−4≈0.0183e^{-4} \approx 0.0183, x=0.2x = 0.2에서 e−25≈1.4×10−11e^{-25} \approx 1.4 \times 10^{-11}(소수점 아래로 0이 열 개 이어진 뒤에야 1이 나오는 수), x=0.1x = 0.1에서 e−100≈3.7×10−44e^{-100} \approx 3.7 \times 10^{-44}입니다. x가 절반으로 줄 때 xnx^n은 2n2^n분의 1로 줄 뿐이지만, 이 함수는 그보다 훨씬 빨리 줄어듭니다.

그래서 0에서 모든 미분값이 0이고(모든 차수에서 이를 확인하는 계산은 길어서 줄입니다), 테일러 급수는 그냥 0입니다. 그런데 함수 자체는 0이 아닌 곳에서 0이 아닙니다. 급수는 모든 x에서 모이지만(0에 모입니다), 함수와 같은 곳은 기준점 하나뿐입니다.

흔히 매끄러운 함수라면 테일러 급수가 그 함수와 같다고 생각하지만, 코시의 함수는 그렇지 않음을 보여 줍니다. 어느 점을 기준점으로 삼아도 그 근처에서 자기 테일러 급수와 실제로 같아지는 함수를 해석함수⁠(analytic function)⁠라고 부릅니다. 다항식, exe^x, cos⁡x\cos x, sin⁡x\sin x, 그리고 앞의 11+x2\tfrac{1}{1+x^2}이 모두 실수 전체에서 해석함수입니다. 실수 전체에서 해석함수인 두 함수는 한 점에서의 미분값이 모두 같으면 어디서나 같습니다. 그러니 해석함수라는 것을 미리 알면, 한 점의 미분값만으로 함수 전체가 정해집니다. 급수가 그 점에서 곧바로 전체를 되살리지는 못하는 11+x2\tfrac{1}{1+x^2} 같은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첫머리의 수수께끼도 엄밀히는 답이 하나가 아닙니다. exe^x에 코시의 함수를 더해도 0에서의 미분값은 여전히 모두 1입니다. 답이 exe^x 하나로 정해지는 것은 실수 전체에서 해석함수인 것 가운데서 찾을 때입니다.

정리하면, 테일러 급수가 함수를 되살리는 데에는 두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수렴반경 밖에서는 급수가 아예 모이지 않을 수 있고, 모이더라도 해석함수가 아니면 원래 함수와 다를 수 있습니다.

6 · 인도에서 유럽까지급수의 역사

함수를 급수로 푸는 생각은 누가, 왜 필요로 했을까요? 이 절은 14세기 인도에서 19세기 유럽까지, 급수가 어디서 나왔고 어떻게 엄밀해졌는지를 따라갑니다. 답의 상당 부분은 '정확한 수표가 필요했다'입니다.

함수를 무한한 다항식으로 푸는 생각은 미적분⁠(calculus)⁠보다 먼저, 그리고 유럽보다 먼저 나왔습니다. 무대는 14세기 말 인도 남서쪽 말라바르 해안의 상가마그라마였습니다. 오늘날 케랄라주 이린잘라쿠다 부근으로 여겨지는 곳입니다. 그곳의 천문학자 상가마그라마의 마다바가 사인, 코사인, 아크탄젠트⁠(arctangent)⁠의 무한급수⁠(infinite series)⁠를 얻었습니다. 탄젠트⁠(tangent)⁠는 한 각의 사인을 코사인으로 나눈 값이고, 아크탄젠트는 탄젠트 값에서 거꾸로 각을 구하는 함수입니다. 그의 글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같은 학파의 천문학자 닐라칸타 소마야지가 쓴 『탄트라상그라하』(1500년 무렵)와 그 제자뻘인 제스타데바가 쓴 『육티바샤』(1530년 무렵) 같은 후대 문헌으로 전해집니다. 『탄트라상그라하』는 관례대로 산스크리트 운문으로 쓰였지만, 『육티바샤』는 지역 언어인 말라얄람어 산문으로 급수의 유도 과정까지 풀어 쓴 드문 책입니다.

케랄라 학파의 학자들은 상당수가 브라만(인도 전통 사회에서 제사와 학문을 맡은 계층) 집안 출신으로, 스승에서 제자로, 또 집안 안에서 천문학을 이어 갔습니다. 그들에게 급수는 호기심만의 산물이 아니었습니다. 제사와 축제의 날짜를 정하는 역법, 일식과 월식의 예보, 그리고 점성술에는 행성의 위치가 필요했고, 행성의 위치를 계산하려면 정확한 사인값이 필요했습니다. 사인표는 여러 각도의 사인값을 미리 계산해 늘어놓은 표로, 계산기가 없던 시절 천문 계산의 바탕이었습니다. 마다바의 것으로 전해지는 사인표는 숫자를 글자로 바꿔 운문 속에 넣는 방식(카타파야디⁠, Katapayadi⁠)으로 적혀 있고, 매우 정밀합니다.

그 해안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바닷길 위에 있었습니다. 말라바르의 후추를 사러 아랍과 페르시아 상인들이 계절풍을 타고 홍해와 페르시아만에서 건너왔고, 15세기 초에는 명나라 제독 정화가 이끈 대함대가 캘리컷(코지코드)에 여러 차례 들렀습니다. 1498년 포르투갈의 항해자 바스쿠 다 가마가 아프리카 남쪽 끝 희망봉을 돌아 캘리컷에 닿은 뒤 포르투갈은 코친과 고아에 거점을 세웠고, 예수회가 뒤따랐습니다. 훗날 중국에 서양 학문을 소개한 이탈리아 출신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도 1578–1582년 고아와 코친에 머물렀습니다.

15–16세기 말라바르 해안을 지나던 길들. 분홍 선은 향신료 교역과 원정 항로, 주황 선은 예수회의 연락망입니다. 케랄라(상가마그라마)가 이 길들의 한가운데 있습니다.

예수회가 이 해안에 드나들었다는 사실에서, 케랄라의 급수가 예수회를 거쳐 유럽에 전해졌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가설은 정황에 기댑니다. 예수회는 1582년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 개혁(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과 항해에 필요한 역법·천문 지식을 모으고 있었고, 그 지식을 인도에서도 구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케랄라 문헌이 유럽으로 건너갔다는 직접 증거는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17세기 유럽의 급수는 편지와 원고로 그 경로가 잘 기록되어 있습니다. 전파 여부는 열린 질문으로 남겨 두는 것이 정직합니다. 분명한 것은 같은 결과가 두 세기 반쯤 앞서 다른 곳에서 얻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반대 방향의 길, 곧 유럽이 케랄라의 급수를 알게 된 길은 기록이 분명합니다. 1835년 영국 동인도회사의 관리로 말라바르에서 일하던 찰스 위시가 『왕립 아시아 학회 회보』에 논문을 싣고, 케랄라의 문헌에 유율법(미적분을 뜻하는 뉴턴의 용어)의 급수와 같은 것들이 들어 있다고 알렸습니다. 이 논문은 한 세기 넘게 거의 잊혔고, 20세기 중반 인도의 수학자 C. T. 라자고팔과 동료들이 『육티바샤』의 유도를 하나하나 해설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알려졌습니다. 식민 행정가의 보고서는 한 세기 넘게 묻혔고, 말라얄람어 산문은 그보다도 오래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수학이 어디서, 어떤 언어로 적혔느냐가 그 운명을 크게 좌우한 것입니다.

유럽 쪽 이야기는 편지로 이어집니다. 출발점은 뉴턴이었습니다. 그는 1665–69년 이항정리⁠(binomial theorem)⁠를 넓혔는데, 그 실마리는 넓이였습니다. 1664–65년 겨울 학생이던 뉴턴은 옥스퍼드의 존 월리스가 쓴 『무한의 산술』(1656)을 읽으며, 월리스가 정수⁠(integer)⁠ 지수로 만든 곡선 아래 넓이의 표에서 분수 지수의 빈칸을 규칙에 맞춰 채워 넣으려 했습니다(2편 「거리를 되찾기」 6절). 그 빈칸을 채우는 규칙을 찾다가 얻은 것이 이항정리의 확장입니다. 이항정리는 (1+x)n(1+x)^n을 풀어 쓰는 공식입니다. 자연수⁠(natural number)⁠ n에 대해 (1+x)n=1+nx+n(n−1)2x2+⋯(1+x)^n = 1 + nx + \tfrac{n(n-1)}{2}x^2 + \cdots은 n + 1개의 항에서 끝납니다. 예를 들어 n = 2이면 (1+x)2=1+2x+x2(1+x)^2 = 1 + 2x + x^2입니다. 뉴턴은 같은 공식에 n = 1/2이나 −1 같은 분수·음수를 넣으면 항이 끝없이 이어지는 급수가 되고, ∣x∣<1|x| \lt 1인 곳에서는 그 급수가 실제로 (1+x)n(1+x)^n과 같다는 것을 여러 예로 확인했습니다(엄밀한 증명은 1826년 노르웨이의 아벨이 했습니다). 예를 들어 n = 1/2을 넣으면 1+x=1+x2−x28+x316−⋯\sqrt{1+x} = 1 + \tfrac{x}{2} - \tfrac{x^2}{8} + \tfrac{x^3}{16} - \cdots입니다. x = 0.21을 넣고 네 항만 더해도 약 1.10007로, 참값 1.21=1.1\sqrt{1.21} = 1.1에 가깝습니다.

그는 이런 급수를 써서 사인 같은 함수의 급수도 얻었습니다. 뉴턴은 이를 『해석에 관하여』라는 원고로 정리했고, 이 원고는 케임브리지의 선배 교수 아이작 배로를 거쳐 런던의 존 콜린스에게 갔습니다. 수학자들의 편지를 베껴 돌리던 콜린스는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의 수학자 제임스 그레고리와도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레고리는 1671년 편지에 아크탄젠트 급수를 적었습니다. 한편 파리에 머물던 라이프니츠는 1673–74년 무렵 π/4 급수를 스스로 찾았습니다. 위의 마다바 소개에 나온 바로 그 급수입니다.

마다바–라이프니츠 급수에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항이 너무 천천히 줄어서, π를 소수⁠(prime number)⁠ 여섯째 자리까지 맞히려면 항을 수백만 개 더해야 합니다. 케랄라 학파가 끝에 붙이는 보정항을 고안한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유럽의 해법은 아크탄젠트 급수에 1보다 훨씬 작은 수를 넣는 것이었습니다. 1706년 런던의 수학자 존 머친은 π4=4arctan⁡15−arctan⁡1239\tfrac{\pi}{4} = 4\arctan\tfrac15 - \arctan\tfrac{1}{239}라는 등식을 써서 π를 소수 100자리까지 계산했습니다. 15\tfrac15을 넣으면 다음 항의 크기가 앞 항의 (15)2=125\left(\tfrac15\right)^2 = \tfrac1{25}도 되지 않으니, 항 몇십 개로 충분합니다. 이 결과를 실은 같은 해의 책에서 웨일스 출신의 윌리엄 존스가 원주율을 처음으로 그리스 문자 π로 적었고, 이 기호는 오일러가 쓰면서 퍼졌습니다(4편 「원을 그리는 지수함수」). 이런 모양의 공식은 그 뒤로도 오래 π 계산의 주된 도구여서, 1949년 초기 전자식 컴퓨터 에니악이 π를 2,000자리 넘게 계산할 때도 머친의 공식을 썼습니다.

다음 세대는 이것을 일반 공식으로 다듬었습니다. 1715년 런던의 브룩 테일러가 『증분법』에서 일반적인 전개 공식을 출판했습니다. 테일러가 1712년 머친에게 보낸 편지에 따르면, 이 공식의 실마리는 커피하우스에서 머친과 나눈 대화, 곧 뉴턴의 급수와 핼리의 근 구하는 법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테일러는 같은 해 뉴턴–라이프니츠 우선권을 판정한 왕립학회 위원회의 한 사람이었습니다(1편 「순간의 속도」 6절). 다만 비슷한 전개는 그레고리, 뉴턴, 라이프니츠, 요한 베르누이, 드무아브르도 따로 알고 있었고, 공식의 중요성이 널리 인정된 것은 1772년 라그랑주가 이것을 미분법의 기본 원리라 부른 뒤였습니다. '테일러 급수'라는 이름은 1786년에야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에든버러의 콜린 매클로린은 1742년 『유율론』에서 0에서의 전개를 널리 써서 매클로린 급수⁠(Maclaurin series)⁠라는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 글처럼 x=0x = 0을 기준점으로 삼는 전개입니다. 매클로린 자신은 이것이 테일러 공식의 특별한 경우라고 밝혔습니다. 『유율론』은 1734년 버클리 주교가 『분석가』에서 무한소⁠(infinitesimal)⁠, 곧 0은 아니지만 어떤 양수보다도 작다고 여긴 양을 비판한 데 답한 책이기도 했습니다.

같은 무렵 일본에서도 급수가 따로 나왔습니다. 도쿠가와 막부가 유럽과의 교류를 나가사키의 좁은 창구로만 허락하던 시절, 에도(지금의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수학자들은 송나라와 원나라 때 중국의 수학책을 바탕으로 '와산'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수학을 키웠습니다. 와산을 크게 일으킨 세키 다카카즈의 제자로 막부를 섬긴 다케베 가타히로는 1722년 『철술산경』에서 원의 호의 길이를 구하는 무한급수를 내놓았습니다. 오늘날 말로 하면 (arcsin⁡x)2(\arcsin x)^2의 거듭제곱 급수⁠(power series)⁠로, 유럽에서 오일러가 같은 급수를 얻기 15년쯤 전입니다. 그는 원에 내접하는 다각형으로 얻은 값들을 빨리 모이게 다듬는 방법으로 π를 소수 40자리까지 구했고, 급수를 먼저 숫자의 규칙에서 짐작한 뒤 대수로 다시 이끌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권유로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가 서양 책의 수입 금지를 누그러뜨렸다고 전해집니다.

그 뒤 급수의 지위는 한 번 더 흔들렸습니다. 1797년 파리의 라그랑주는 아예 무한소를 버리고 급수를 미적분 전체의 기초⁠(basics)⁠로 삼으려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근사의 오차를 정확히 적는 식을 남겼습니다. 급수를 n차 항까지만 쓰고 멈추면, 남는 오차는 0과 x 사이 어딘가의 점 c에 대해 f(n+1)(c)(n+1)!xn+1\tfrac{f^{(n+1)}(c)}{(n+1)!}x^{n+1}과 같다는 것입니다(라그랑주 나머지⁠, Lagrange remainder⁠). c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몰라도, f(n+1)f^{(n+1)}의 크기만 알면 오차가 얼마를 넘지 않는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절의 e를 5차까지 더한 2.716667의 오차는 ec6!\tfrac{e^c}{6!}(0 < c < 1)이고, ece^c는 3보다 작으니 오차는 3720≈0.0042\tfrac{3}{720} \approx 0.0042보다 작습니다. 실제 오차는 약 0.0016입니다. 그러나 1823년 코시가 5절의 반례로 "급수가 곧 함수"라는 믿음에 선을 그었습니다.

코시는 그보다 2년 앞선 『해석학⁠(mathematical analysis)⁠ 강의』(1821)에서 급수가 '수렴한다'는 말을, 앞에서부터 n개 항까지 더한 부분합⁠(partial sum)⁠이 n을 키울 때 한 값으로 모인다는 뜻으로 정확히 정했습니다. 수렴을 판정하는 방법들도 정리했습니다. 18세기 수학자들은 오일러를 포함해 수렴하지 않는 급수에도 거리낌 없이 값을 붙였는데, 코시는 그런 급수를 계산에서 몰아냈습니다. 그런데 같은 책에서 코시는 연속함수, 곧 그래프가 끊기지 않은 함수들을 더한 급수가 수렴하면 그 합도 연속이라는 '정리'를 적었고, 이것은 틀렸습니다. 1826년 노르웨이의 아벨은 뉴턴의 이항급수⁠(binomial series)⁠를 엄밀히 증명한 바로 그 논문의 각주에서, 사인 함수들의 급수로 반례를 들었습니다. 무엇이 어긋났는지를 따지다 균등 수렴⁠(uniform convergence)⁠이라는 개념이 나온 이야기는 「틀린 증명이 만든 수학」에 있습니다. 같은 해 아벨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발산하는 급수는 대체로 아주 해로운 것이고 거기에 증명을 세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썼습니다. 5차방정식의 근의 공식⁠(quadratic formula)⁠이 없음을 보인 사람도 이 아벨입니다(「불가능의 증명」).

위: 분야별 연표. 케랄라의 급수(14–16세기)와 유럽의 재발견(17–18세기) 사이의 간격, 그리고 로그표·『항해력』·수표 공장 같은 계산의 역사가 한 화면에 보입니다. 아래: 유럽에서 급수가 오간 편지의 길. 점에 마우스를 올리면 두 그림이 함께 빛납니다.

양쪽 모두에서 급수가 절실했던 이유는 표입니다. 천문학자는 행성의 위치를, 역법을 만드는 사람은 절기와 월식을, 점성술사는 별의 배치를, 항해사는 바다 위의 자기 위치를 계산했습니다. 그 모든 계산이 사인표와, 1614년 이후에는 로그표에 기댔습니다.

정밀한 사인표를 바란 곳은 케랄라와 유럽만이 아니었습니다. 마다바가 활동하던 15세기 초, 중앙아시아의 사마르칸트에서는 티무르 왕조의 군주이자 천문학자인 울루그 베그가 학교와 천문대를 세웠습니다. 그곳의 수학자 잠시드 알카시는 1424년 원주율을 소수 16자리까지 계산했고, 뒤에는 각을 셋으로 나누는 3차방정식⁠(cubic equation)⁠을 되풀이 계산으로 풀어 1°의 사인값을 아주 높은 정밀도⁠(precision)⁠로 구했습니다. 이 값들은 천문표의 사인표를 채우는 데 쓰였습니다. 급수 대신 되풀이 계산이라는 다른 길이었지만, 목표는 같은 '정확한 표'였습니다.

로그표도 급수와 함께 자랐습니다. 로그는 '어떤 수를 몇 번 곱해야 이 수가 되는가'를 적은 값입니다. 예를 들어 10을 세 번 곱하면 1000이니, 밑이 10인 로그로 1000은 3입니다. 곱셈을 로그의 덧셈으로 바꿀 수 있어서 큰 수의 곱셈이 쉬워집니다. 에든버러 근교의 영주 존 네이피어가 1614년 로그를 발표하자 런던 그레셤 칼리지의 헨리 브리그스가 이듬해 에든버러까지 그를 찾아갔고, 둘의 논의에서 밑이 10인 로그표가 나왔습니다. 1668년에는 니콜라우스 메르카토르가 로그의 급수 ln⁡(1+x)=x−x22+x33−⋯\ln(1+x) = x - \tfrac{x^2}{2} + \tfrac{x^3}{3} - \cdots를 발표해 표를 계산하는 길을 넓혔습니다(ln⁡\ln은 밑이 e인 로그, 곧 자연로그입니다). 지도의 메르카토르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표를 채우는 일은 사람의 노동이었습니다. 1766년 영국에서 창간된 『항해력』은 항해사가 바다 위에서 자기 위치를 계산할 수 있도록 달과 별의 위치를 미리 계산해 실은 연감입니다. 『항해력』은 집에서 일하는 '계산수(computer)'들에게 같은 값을 따로 계산하게 하고 서로 대조했습니다. 1790년대 혁명기 프랑스의 공학자 가스파르 드 프로니는 스코틀랜드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설명한 분업을 본떴습니다. 몇몇 수학자가 공식을 정하고, 수십 명의 계산수가 덧셈과 뺄셈만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거대한 로그·삼각함수표를 만든 것입니다.

그 노동을 기계에 넘기려는 꿈도 여기서 나왔습니다. 1820년대 런던의 찰스 배비지는 사람이 만든 표의 오류를 없애려고 차분기관을 구상했습니다. 배비지는 1편 6절에서 본 케임브리지 해석학회를 만든 학생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차분기관 역시 다항식 근사를 기계로 계산하는 장치였습니다. n차 다항식에 x를 1씩 늘려 가며 넣고 이웃한 값들의 차이를 구합니다. 그 차이들의 차이를 또 구하는 일을 n번 되풀이하면 차이가 일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x² 값 0, 1, 4, 9, 16의 차이는 1, 3, 5, 7이고, 그 차이의 차이는 늘 2입니다. 그래서 곱셈 없이 덧셈만 되풀이해 다음 값들을 차례로 만들 수 있고, 차분기관은 바로 이 덧셈을 톱니바퀴로 하는 기계였습니다. 그가 뒤에 구상한 해석기관⁠(Analytical Engine)⁠ 이야기는 「기계가 풀 수 없는 문제」에 이어집니다. 오늘날 컴퓨터가 sin⁡\sin이나 exe^x를 계산할 때도 알맞게 다듬은 다항식 근사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급수는 '계산수'라는 직업 이름과 함께 기계 속으로 들어간 셈입니다.

7 · 이어지는 길급수가 여는 문

함수를 수들의 목록(계수)으로 바꾸어 다루는 생각은 근사 말고도 여러 곳으로 이어집니다. 아래는 이 연재와 다른 글에서 이어지는 길들입니다.

정리. 해석함수(어느 점 근처에서나 자기 테일러 급수와 같아지는 함수)는 한 점에서의 미분값들 f(0),f′(0),f′′(0),…f(0), f'(0), f''(0), \dots으로 기준점 근처를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계수는 f(k)(0)/k!f^{(k)}(0)/k!입니다. 다만 급수가 맞는 곳은 수렴반경 안뿐이고(5절의 11+x2\tfrac{1}{1+x^2}), 매끄럽다고 해서 모두 해석함수인 것도 아닙니다(코시의 반례).

ex=∑k=0∞xkk!,cos⁡x=1−x22!+x44!−⋯ ,sin⁡x=x−x33!+x55!−⋯e^x = \sum_{k=0}^{\infty} \frac{x^k}{k!}, \quad \cos x = 1 - \frac{x^2}{2!} + \frac{x^4}{4!} - \cdots, \quad \sin x = x - \frac{x^3}{3!} + \frac{x^5}{5!} - \cdots

첫 식의 ∑k=0∞\sum_{k=0}^{\infty}('시그마, k는 0부터 무한대까지')는 k에 0, 1, 2, …를 차례로 넣은 항들을 끝없이 더한다는 뜻입니다.

부호가 +,+,−,−,+,+,…+, +, -, -, +, +, \dots로 두 칸마다 바뀌는 수가 있다면, exe^x의 급수가 cos⁡\cos와 sin⁡\sin으로 정확히 갈라질 것입니다. 제곱해서 −1-1이 되는 수, ii를 넣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