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개념 지도
기하(Geometry)

평행선 공준(Parallel postulate)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 그 직선과 만나지 않는 직선은 하나뿐이다. 유클리드의 다섯 번째 공준⁠(postulate)⁠을 같은 뜻으로 바꿔 쓴 문장.

∠A+∠B+∠C=180∘\angle A + \angle B + \angle C = 180^\circ
먼저 보면 좋은 개념기울기피타고라스 정리

유클리드는 기원전 300년 무렵 기하학을 처음부터 증명으로 쌓아 올린 책 『원론』을 썼습니다. 그 출발점은 증명 없이 받아들이는 다섯 개의 공준이었습니다. 앞의 넷은 짧고 당연합니다. 두 점을 잇는 직선을 그을 수 있다, 선분을 늘일 수 있다, 원을 그릴 수 있다, 직각은 모두 같다. 다섯째만 길고 어색합니다. "두 직선을 가로지르는 직선이 한쪽에 만드는 두 내각의 합이 두 직각보다 작으면, 두 직선은 그쪽에서 만난다." 오늘날에는 나머지 공준 아래에서 같은 뜻이 되는 더 짧은 문장으로 씁니다. 18세기 말 스코틀랜드 수학자 존 플레이페어가 널리 퍼뜨려 플레이페어 공리라 부르는 문장입니다. 직선 ℓ 밖의 점 P를 지나 ℓ과 만나지 않는 직선은 정확히 하나다.

P를 지나는 직선을 θ=\theta = 만큼 기울여 봅시다. 지금 이 직선은 기울기⁠(slope)⁠를 줄일수록 만나는 점은 끝없이 멀어지고(극한⁠, limit⁠), 정확히 0°일 때에만 만나지 않습니다. P의 높이(P에서 ℓ까지의 거리)를 h라 하면 만나는 점까지의 가로 거리는 h/tan⁡θh/\tan\theta이고, θ가 0으로 가면 탄젠트⁠(tangent)⁠도 0으로 가니 이 거리는 한없이 커집니다. 식으로 보면, 두 직선이 만나는지 묻는 것은 두 직선의 방정식을 함께 만족하는 점, 곧 연립일차방정식⁠(system of linear equations)⁠의 해가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계수의 행렬식⁠(determinant)⁠이 0이면 해가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데, 이것이 두 직선이 평행하거나(해가 없음) 아예 겹치는(해가 무수히 많음)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이미 평평한 종이 위에 그려져 있으니 당연해 보일 뿐입니다. 다섯째 공준은 나머지 넷에서 증명되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 명제들과 서로 동치입니다. 나머지 공준들(유클리드가 말없이 쓴 가정까지 채워 넣은 것)을 깔아 둔 채 이 가운데 하나를 받아들이면, 다섯째 공준과 다른 명제들이 모두 따라 나온다는 뜻입니다.

  • 삼각형 내각의 합은 180°다. 오른쪽 그림에서 C를 지나 AB에 평행한 직선을 긋습니다. 평행한 두 직선을 한 직선이 가로지를 때 엇갈린 자리에 생기는 두 각(엇각⁠, alternate angles⁠)은 같으므로, A의 각과 B의 각이 C로 옮겨 와 C의 각과 함께 일직선(180°)을 채웁니다. 지금 + + = 입니다. 이 증명에서 "평행선은 하나뿐"이 쓰입니다. A의 각을 옮겨 그은 선과 B의 각을 옮겨 그은 선이 같은 한 직선이라는 데에서입니다.
  • 크기만 다르고 모양이 같은(닮은) 삼각형이 있다. 사인과 코사인⁠(sine and cosine)⁠을 직각삼각형⁠(right triangle)⁠의 변의 비로 정의할 수 있는 것도, 비가 삼각형의 크기와 상관없기 때문입니다.
  • 피타고라스 정리⁠(Pythagorean theorem)⁠가 성립한다. 그리고 그 일반형인 코사인 법칙⁠(law of cosines)⁠도 이 공준 위에 서 있습니다.

벡터⁠(vector)⁠의 덧셈처럼 화살표를 "평행하게 옮겨" 붙이는 일도 이 공준에 기댑니다. 2,000년 가까이 수학자들은 다섯째 공준을 나머지 넷으로 증명하려 했고 모두 실패했습니다. 19세기 초 가우스, 헝가리의 볼리아이 야노시, 러시아의 로바쳅스키는 각자 다른 길을 갔습니다. 이 공준을 부정하는 공준을 대신 넣고 정리를 멀리까지 쌓아 갔는데, 서로 어긋나는 결론(모순) 없이 새 기하⁠(geometry)⁠가 펼쳐졌습니다. 모순이 영영 나오지 않는다는 증명은 1868년 이탈리아의 벨트라미가 해냈습니다. 유클리드 기하 안에 이 새 기하의 모형을 만들어, 유클리드 기하에 모순이 없다면 새 기하에도 없음을 보인 것입니다. 그러니 다섯째 공준은 증명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나머지로는 증명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어지는 곳.

  • 공준을 부정하는 길은 두 갈래입니다. P를 지나 ℓ과 만나지 않는 직선이 무수히 많으면 쌍곡기하⁠(hyperbolic geometry)⁠이고, 그 모습을 원판 안에 그린 지도가 푸앵카레 원판⁠(Poincaré disk)⁠입니다.
  • 그런 직선이 하나도 없으면 구면기하⁠(spherical geometry)⁠입니다. 구 위의 '직선'인 대원⁠(great circle)⁠은 어느 둘이나 만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원은 유한한 길이로 닫혀 있어서, 선분을 끝없이 늘일 수 있다는 둘째 공준 같은 다른 공준도 조금 고쳐야 합니다.
  • 곡률⁠(curvature)⁠이 어디서나 같은 곡면이라면, 어느 기하가 성립하는지는 공간이 어떻게 휘었는지, 곧 가우스 곡률⁠(Gaussian curvature)⁠의 부호가 정합니다. 0이면 유클리드, 양수면 구면, 음수면 쌍곡기하입니다.
  • 휜 공간에서 '직선' 역할을 하는 길, 가까운 두 점 사이에서는 가장 짧은 길이 측지선⁠(geodesic)⁠입니다.

이 개념이 나오는 긴 글

집합론 무한에도 크기가 있다 자연수와 짝수는 어느 쪽이 많을까? 칸토어는 무한을 세는 법을 찾았고, 무한이 하나가 아님을 보였다. 비유클리드 기하 평행선의 반란 유클리드의 다섯 번째 공준은 2,000년 동안 증명되지 않았다. 증명을 포기한 사람들이 찾은 것은 새로운 우주였다. 계산 이론 기계가 풀 수 없는 문제 모든 수학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 수 있을까? 러셀의 역설에서 괴델과 튜링까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였고, 그 증명이 컴퓨터를 낳았다. 수학의 오류 틀린 증명이 만든 수학 틀린 증명은 흔하다. 드물게, "정확히 어디가 틀렸는가"라는 물음이 새 분야를 낳는다. 코시의 합 정리와 균등 수렴, 라메의 증명과 아이디얼, 켐프의 사슬, 푸앵카레의 회수된 논문과 혼돈, 프레게의 법칙과 러셀의 편지, 보예보츠키와 증명 보조기까지. 오류는 대개 서로 다른 두 가지를 하나로 여긴 자리에 있었다. 불가능성 정리 불가능의 증명 각의 삼등분, 5차방정식의 근의 공식, 모든 파일을 줄이는 압축, 멈춤을 판정하는 프로그램, 공정한 투표 규칙. 없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까? 서로 먼 분야의 불가능성 증명들은 거의 모두 불변량, 세기, 대각선이라는 세 가지 무기 가운데 하나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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