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톨레마이오스(Claudius Ptolemy)
2세기 로마 지배 아래 알렉산드리아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로, 『알마게스트』에서 반 도 간격의 현의 표(chord table)와 주전원(epicycle)·이심원(eccentric)·동시심(equant)의 행성 모형을 세워 1,400년 동안 하늘을 계산하는 표준을 만들고, 『지리학』에서 경도와 위도로 세계를 그린 사람.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는 2세기 로마 제국의 속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일한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입니다. 그의 생애에 대해 확실한 것은 『알마게스트』에 적힌 관측 날짜가 하드리아누스 황제 때인 127년부터 안토니누스 피우스 황제 때인 141년까지라는 것뿐입니다. '클라우디오스'라는 로마식 이름은 로마 시민권을 가진 집안이었음을, '프톨레마이오스'라는 그리스식 이름은 이집트의 그리스계 주민이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기원전 30년에 끝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왕들과는 관계가 없는데, 중세 유럽의 그림은 이름 때문에 그를 왕관 쓴 모습으로 그리곤 했습니다. 알렉산드로스의 원정 이후 500년 가까이 쌓인 그리스 천문학과, 그보다 더 오래된 바빌로니아의 관측 기록이 그의 손에서 하나의 계산 체계로 묶였습니다. 천문학, 점성술, 지리학, 광학, 음악 이론에 걸친 그의 책들은 1,400년 동안 각 분야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나이
가장 위대한 책. 그의 주저의 원래 이름은 『수학 집성』(마테마티케 신탁시스)입니다. 뒤에 '가장 큰 책'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별칭으로 불렸고, 9세기 바그다드에서 이것이 아랍어 관사를 붙인 '알마지스티'가 되었으며, 12세기 라틴어 번역을 거쳐 '알마게스트'라는 이름이 남았습니다. 13권으로 된 이 책의 목표는 어떤 날짜가 주어지든 해와 달과 다섯 행성이 하늘의 어디에 있는지, 일식과 월식이 언제 일어나는지를 계산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기하학적 모형과 그 모형의 값을 정하는 관측, 그리고 실제 계산에 쓰는 표가 한 책에 들어 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교과서이자 계산 프로그램입니다. 그는 기원전 2세기 로도스의 히파르코스에게 많은 것을 빚졌는데, 히파르코스의 저작은 거의 사라져 그 내용도 주로 『알마게스트』를 통해 전합니다.
현의 표. 하늘의 위치는 각으로 재고, 각을 길이로 바꾸려면 오늘날의 사인(sine) 같은 것이 필요합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사인 대신 '현'을 썼습니다. 반지름이 60인 원에서 중심각(central angle)이
표를 만드는 법. 그는 표를 만드는 과정을 모두 증명으로 보였습니다. 먼저 정육각형, 정사각형, 정오각형, 정십각형에서 60°, 90°, 72°, 36° 같은 몇몇 각의 현을 기하(geometry)로 구합니다. 오각형과 십각형에는 황금비(golden ratio)가 숨어 있습니다. 그다음 열쇠가 오늘날 '프톨레마이오스의 정리(Ptolemy's theorem)'라 부르는 사실입니다. 원에 내접하는 사각형 ABCD에서 두 대각선의 곱은 마주 보는 변끼리의 곱의 합과 같습니다. 한 변을 지름으로 잡고 이 정리를 쓰면 두 각의 현에서 그 차의 현이 나오는데, 이것이 오늘날
구면 위의 삼각형. 하늘은 커다란 구로 보이고, 별과 행성의 위치는 그 구 위의 점입니다. 적도와 황도(ecliptic)가 기울어져 있으니 해가 황도의 어디에 있을 때 적도에서 얼마나 떨어지는지, 위도마다 낮의 길이가 계절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별자리가 지평선 위로 얼마나 빨리 떠오르는지를 계산하려면 구면 위 대원(great circle)들이 만드는 삼각형을 풀어야 합니다. 그는 1세기 메넬라오스의 정리(Menelaus's theorem)를 써서 이 계산을 모두 현의 표로 해냈습니다(구면기하(spherical geometry)). 2권에는 북쪽으로 갈수록 한여름의 낮이 길어지는 모습을 반 시간 단위로 나눈 위도대의 표가 있습니다.
원 위의 원.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려고 그는 세 장치를 썼습니다. 첫째는 이심원입니다. 해가 도는 원의 중심을 지구에서 조금 비켜 놓으면, 해가 지구에 가까운 쪽에서는 빨리, 먼 쪽에서는 느리게 보입니다. 봄과 여름이 가을과 겨울보다 며칠 긴 까닭을 히파르코스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둘째는 주전원입니다. 행성은 작은 원을 돌고, 그 작은 원의 중심이 다시 큰 원(이심원)을 따라 돕니다. 행성이 작은 원의 안쪽을 지날 때는 작은 원에서의 움직임이 큰 원의 움직임과 반대 방향이 되어, 지구에서 보면 행성이 멈췄다가 거꾸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셋째가 그의 독창적인 장치인 동시심입니다. 주전원의 중심은 큰 원 위를 고른 빠르기로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반대편에 큰 원의 중심을 사이에 두고 같은 거리만큼 떨어진 점에서 볼 때 같은 시간에 같은 각을 돌도록 움직입니다. 이 셋을 조합한 모형은 눈으로 재는 관측의 정밀도에 견주어 쓸 만한 정확도로 행성의 위치를 맞혔습니다. 오차가 가장 컸던 화성에서도 대개 몇 도 안쪽이었습니다.
틀린 모형이 맞힌 까닭. 1,400년 뒤 케플러는 행성이 해를 한 초점에 둔 타원(ellipse)을 따라 돌며, 해와 행성을 잇는 선분이 같은 시간에 같은 넓이(area)를 쓸고 지나간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 법칙에서 거꾸로 따져 보면, 이심률(eccentricity)이 작은 타원에서 행성은 해가 없는 쪽의 다른 초점, 곧 빈 초점에서 볼 때 거의 고른 각속도(angular velocity)로 돕니다. 오차는 이심률의 제곱 정도로 작습니다. 동시심이 바로 그 빈 초점의 자리였고, 큰 원의 중심이 지구와 동시심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도 타원의 중심이 두 초점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과 맞아떨어집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틀린 그림 안에서 참된 법칙의 첫 번째 근사를 찾아낸 셈입니다. 원 위에 원을 얹는 방식 자체에도 깊은 수학이 숨어 있습니다. 평면 위의 점을 복소수(complex number)로 보면 고른 빠르기로 도는 원 하나는 복소 지수 하나이고, 원 위의 원은 그 합입니다. 원을 충분히 많이 알맞게 겹치면 끊김 없는 주기(period) 운동은 무엇이든 원하는 만큼 가깝게 흉내 낼 수 있다는 것이 푸리에 급수(Fourier series)가 주는 결론입니다. 다만 프톨레마이오스 자신은 행성마다 주전원 하나와 동시심만 썼습니다.
별의 목록과 의심. 7–8권에는 48개 별자리에 속한 1,000개가 넘는 별의 황도 좌표와 밝기를 1등급부터 6등급까지 적은 별 목록이 있습니다. 별의 밝기를 여섯 등급으로 나누는 오늘날의 방식도 이 목록을 통해 이어졌습니다. 그는 별들이 황도의 극을 중심으로 100년에 1°씩 천천히 돈다는 세차 운동(precession)의 값을 히파르코스에게서 받아 썼는데, 실제 값은 72년에 1° 정도입니다. 1977년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R. 뉴턴은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의 범죄』라는 책에서 그가 관측을 꾸며 냈거나 히파르코스의 목록을 세차 값만큼 옮겨 적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가 히파르코스의 자료에 크게 기댔다는 데에는 많은 역사가가 동의하지만, 어디까지가 자기 관측인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다른 책들. 『지리학』 8권은 알려진 세계의 8,000곳 넘는 곳을 경도와 위도로 적고, 둥근 지구를 평면 지도로 옮기는 두 가지 투영법을 설명했습니다. 지명 목록이 곧 좌표의 목록인 이 방식은 지도 제작을 계산의 문제로 바꾸었습니다. 다만 그는 지구 둘레를 실제보다 꽤 작게 잡았고, 아시아를 동쪽으로 길게 늘였습니다. 『테트라비블로스』는 점성술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근대까지 점성술의 경전 노릇을 했습니다. 『광학』은 빛이 공기에서 물이나 유리로 들어갈 때 꺾이는 각을 표로 적었고, 『화성학』은 음정의 수학을 이성과 청각이 함께 판정해야 한다는 태도로 다루었습니다. 『행성 가설』에서는 행성들의 천구를 빈틈없이 포개어 우주의 크기를 어림했는데, 붙박이별까지의 거리를 지구 반지름의 약 2만 배로 잡았습니다.
바그다드와 톨레도를 거쳐. 4세기 알렉산드리아의 테온은 『알마게스트』에 주석을 달았고, 그 3권 주석의 제목에는 딸 히파티아가 교정을 맡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9세기 바그다드에서는 알하자즈 이븐 유수프가 이 책을 아랍어로 옮겼고, 뒤이어 이스하크 이븐 후나인의 번역을 사비트 이븐 쿠라가 다듬었습니다. 칼리프 알마문의 천문학자들은 그의 값을 새 관측으로 고쳤고, 알콰리즈미는 『지리학』의 좌표를 고쳐 『땅의 모습』을 썼습니다. 11세기 카이로의 이븐 알하이삼은 『프톨레마이오스에 대한 의문들』에서 동시심이 고른 원운동이라는 원칙을 어긴다고 비판했고, 13세기 마라가 천문대의 나시르 앗딘 투시는 동시심 없이 같은 효과를 내는 장치를 고안했습니다. 1175년 톨레도의 크레모나의 제라르도가 아랍어본을 라틴어로 옮기면서 『알마게스트』는 유럽 대학의 천문학 교재가 되었고, 1406년 피렌체에서 라틴어로 옮겨진 『지리학』은 르네상스의 지도 제작을 바꾸었습니다.
끝, 그리고 교훈. 1543년 코페르니쿠스는 『천구의 회전(rotation)에 관하여』에서 해를 중심에 놓았지만, 주전원은 그대로 두고 동시심만 없앴습니다. 그가 가장 못마땅해한 것이 바로 동시심이었습니다. 원 위에 원을 얹는 방식을 끝낸 것은 1609년 케플러의 타원이었고, 1632년 갈릴레이는 『두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체계를 공개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오늘날 '주전원을 덧붙인다'는 말은 틀린 이론을 억지로 꿰매는 일을 비꼬는 뜻으로 쓰입니다. 그러나 그의 체계는 1,400년 동안 달력과 항해와 일식 예보에 쓰일 만큼 정확했고, 관측과 모형과 계산을 한 책에 묶는 방식은 수리 과학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모형이 곧 세계의 참모습은 아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좋은 근사는 참된 법칙을 향한 단서가 된다는 것이 그가 남긴 교훈입니다.
이어지는 곳. 현의 표는 인도와 바그다드를 거쳐 사인과 코사인(sine and cosine)이 되었고, 그 계산의 열쇠는 삼각함수의 덧셈정리에, 하늘의 구면 계산은 구면기하에 있습니다. 1°의 현을 위아래에서 가둔 방법과 동시심이 타원의 근사였다는 이야기는 근사와 오차로, 원 위의 원은 푸리에 급수와 복소수로 이어집니다. 그가 딛고 선 사람은 아폴로니오스와 에우독소스, 그를 넘어선 사람은 케플러입니다.
관계.
- 영향을 받음 페르가의 아폴로니오스 — 『알마게스트』 12권에서 주전원 위의 행성이 멈춰 보이는 자리를 구하는 정리를 아폴로니오스의 것으로 소개하고 그대로 썼습니다.
- 영향을 줌 알콰리즈미 — 알콰리즈미의 『땅의 모습』은 『지리학』의 좌표 목록을 바탕으로 지명과 값을 고친 책입니다.
- 영향을 줌 요하네스 케플러 — 케플러는 『세계의 조화』(1619) 부록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화성학』 일부를 라틴어로 옮겨 자기 이론과 비교했고, 그의 동시심이 타원의 빈 초점 자리에 가깝다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 논쟁 갈릴레오 갈릴레이 — 갈릴레이는 1632년 『두 우주 체계에 관한 대화』에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 중심 체계를 코페르니쿠스 체계와 겨루게 해 무너뜨리려 했습니다.
연표.
- 117년 하드리아누스가 로마 황제가 되다
- 127년 알렉산드리아에서 『알마게스트』에 적힌 가장 이른 관측을 하다
- 138년 안토니누스 피우스가 로마 황제가 되다
- 141년 『알마게스트』에 적힌 마지막 관측을 하다
- 150년 13권짜리 『수학 집성』, 곧 『알마게스트』를 펴내다(무렵)
- 155년 『지리학』에서 8,000곳 넘는 곳의 경도와 위도를 적다(무렵)
- 161년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로마 황제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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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2 = a^2 + b^2 - 2ab\cos C 가 나옵니다. 덧셈정리의 원형은 2세기 알렉산드리아의프톨레마이오스가 천문 계산에 쓸 현의 길이 표를 만들며 쓴 규칙입니다. 두 각의 현을 알면 두 각을 더한 각의 현을 …
- 원뿔곡선
… 태양을 한 초점으로 하는 타원을 돈다고 발표했습니다. 2,000년 가까이 천문학을 지배한 원과 주전원(프톨레마이오스)에서 벗어나는 결정적인 걸음이었습니다. '초점(focus)'이라는 말도 1604년 케플러가 라틴어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