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가 2이면 답이 많습니다. 32+42=9+16=25=52이고, (5, 12, 13), (8, 15, 17)처럼 x2+y2=z2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세 쌍은 끝없이 많습니다(피타고라스 세 쌍, Pythagorean triples). 지수를 3으로 올리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63+83=216+512=728인데 93=729라서 딱 1이 모자랍니다. 이렇게 아깝게 빗나가는 예는 찾을 수 있어도, 정확히 맞는 예는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습니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이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정리입니다.
정확히 적으면 이렇습니다. n이 3 이상인 정수이면 xn+yn=zn을 만족하는 양의 정수 x, y, z는 없습니다. 여기서 xn은 x를 n번 곱한 값입니다. '양의'라는 조건은 빼면 안 됩니다. 0을 허락하면 0n+1n=1n 같은 뻔한 해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한편 양의 분수로 넓혀도 해가 없다는 것은 같은 말입니다. 분수 해가 있으면 세 분수를 공통분모 d로 통분한 뒤 양변에 dn을 곱해 정수 해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름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17세기 프랑스의 법관이자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는 3세기 알렉산드리아의 디오판토스가 쓴 『산술』의 라틴어판을 읽으며 여백에 메모를 남겼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 주장이고, 그는 놀라운 증명을 찾았지만 여백이 좁아 적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메모가 적힌 책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가 죽은 뒤 1670년 아들 사뮈엘이 아버지의 메모를 넣어 펴낸 디오판토스의 책으로만 전하고, 적은 때도 1637년 무렵으로 짐작할 뿐입니다. '여백이 좁아 증명을 적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일화로 널리 퍼졌지만 뒷받침하는 것은 메모 한 줄뿐이고, 페르마가 올바른 일반 증명을 가졌다고 믿는 수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가 남긴 다른 주장들이 증명되거나 반박된 뒤에도 이것만 끝까지 남았기 때문에 '마지막' 정리라 부릅니다. 이름과 달리 350여 년 동안은 추측이었던 셈입니다.
수학자들은 지수를 하나씩 공략했습니다. n = 4인 경우는 페르마 자신이 남긴 논증으로 풀립니다. 해가 있다고 하면 그보다 작은 양의 정수 해가 또 생기고, 양의 정수가 끝없이 작아질 수는 없으니 처음부터 해가 없었다는 '무한 강하법(infinite descent)'입니다(수학적 귀납법(mathematical induction)을 거꾸로 쓴 논법). n = 3은 18세기에 오일러가, n = 5는 1825년 디리클레와 르장드르가, n = 7은 1839년 가브리엘 라메가 증명했습니다.
모든 n을 하나씩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x6+y6=z6의 해가 있다면 (x2)3+(y2)3=(z2)3이니 n = 3의 해가 됩니다. 그래서 n = 3에 해가 없으면 n = 6에도 없습니다. 3 이상의 정수는 모두 4의 배수(multiple)이거나 홀수인 소수(prime number)의 배수이므로, n = 4와 n이 홀수인 소수 p인 경우만 증명하면 충분합니다. 19세기 초 소피 제르맹은 이런 소수 지수를 하나씩이 아니라 여럿 한꺼번에 다루는 첫 일반적 결과를 얻었습니다(x, y, z가 모두 p의 배수가 아닌 해에 한한 결과입니다).
1847년 3월 라메는 파리 과학 아카데미에서 모든 지수에 대한 증명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xp+yp를 1의 거듭제곱근(roots of unity)을 써서 일차식들의 곱으로 쪼갰는데, 그 논증은 이렇게 넓힌 수의 세계에서도 소인수분해(prime factorization)가 한 가지뿐이라는 가정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독일의 에른스트 쿰머는 그 가정이 p = 23에서 처음 깨진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상수(ideal number)'라는 가상의 인수를 덧붙여 분해를 되살렸습니다. 그는 분해가 깨진 정도를 재는 수(유수, class number)를 p가 나누지 않는 소수를 정규 소수라 부르고, 정규 소수(regular prime) 지수에서는 정리가 성립함을 증명했습니다. 100보다 작은 소수 가운데 정규가 아닌 것은 37, 59, 67뿐입니다. 이 수습에서 정수를 넓힌 수 체계(number system)의 산술을 다루는 대수적 정수론(algebraic number theory)과 아이디얼(ideal)이 태어났습니다.
20세기의 증명은 전혀 다른 길로 왔습니다. 먼저 타원곡선(elliptic curve)은 y2=x3+ax+b처럼 y의 제곱이 x의 3차식과 같다는 식이 그리는 곡선입니다(이름과 달리 타원(ellipse)은 아닙니다). 한편 모듈러 형식은 복소수(complex number) 평면의 위쪽 절반에서 정의된 함수(function)로, 정해진 여러 변환을 해도 정해진 규칙대로만 바뀌는, 대칭이 아주 많은 함수입니다. 일본의 다니야마 유타카와 시무라 고로의 이름이 붙은 다니야마–시무라 추측(Taniyama–Shimura conjecture)은, 계수가 유리수(rational number)인 타원곡선은 모두 어떤 모듈러 형식(modular form)과 짝을 이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곡선을 모듈러라고 합니다.
'짝을 이룬다'는 말은 손으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곡선 y2+y=x3−x2을 봅시다. 소수 p를 하나 골라, 0부터 p − 1까지의 x, y 가운데 양변을 p로 나눈 나머지(remainder)가 같은 쌍의 개수를 Np라 합니다(모듈러 연산, modular arithmetic). p = 5이면 x = 0, 1일 때 오른쪽이 0이고, 왼쪽 y2+y를 5로 나눈 나머지가 0인 y는 0과 4이니 여기서 네 쌍이 나옵니다. x = 2, 3, 4일 때 오른쪽의 나머지는 4, 3, 3인데, 왼쪽의 나머지는 y = 0, 1, 2, 3, 4에 대해 0, 2, 1, 2, 0뿐이라 쌍이 없습니다. 그래서 N5=4이고 5−N5=1입니다. 같은 셈을 p = 2, 3, 7에서 하면 p−Np는 −2, −1, −2입니다.
이제 곱 q∏n≥1(1−qn)2(1−q11n)2을 봅시다. ∏는 n = 1, 2, 3, …에 대해 괄호 안의 식을 모두 곱하라는 기호입니다. 이 곱을 전개하면 q−2q2−q3+2q4+q5+2q6−2q7+⋯이고, q=e2πiz로 두면 z의 함수가 되는데 이 함수가 모듈러 형식입니다. q2,q3,q5,q7의 계수 −2, −1, 1, −2가 방금 곡선에서 센 값과 똑같습니다. 이 일치는 이 몇 개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소수에서 이어집니다. 추측은 유리수 계수의 모든 타원곡선에 이런 짝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추측이 페르마와 이어진 것은 1980년대입니다. 독일의 게르하르트 프라이는 5 이상의 소수 p에 대해 ap+bp=cp의 양의 정수 해가 있다면 그 해로 곡선 y2=x(x−ap)(x+bp)을 만들 수 있고, 이 곡선은 너무 특이해서 모듈러일 수 없으리라고 내다보았습니다. 1986년 켄 리벳이 이것을 증명했습니다. 그러니 그 곡선이 속하는 부류에서 추측이 참이면 그런 곡선은 있을 수 없고, 해도 없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영국의 앤드루 와일스는 7년 가까이 거의 혼자 이 부류의 추측에 매달렸고, 1993년 6월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강연에서 증명을 발표했습니다. 심사 중에 핵심 논증의 빈틈이 드러났지만, 와일스는 1994년 9월 옛 제자 리처드 테일러와 함께 다른 길로 빈틈을 메웠고, 두 사람의 논문은 1995년에 출판되었습니다. 와일스가 증명한 것은 추측 전체가 아니라 페르마의 정리에 필요한 부류(반안정 타원곡선, semistable elliptic curve)였습니다. 추측 전체는 2001년 테일러를 비롯한 네 사람이 완성했고, 오늘날 모듈러성 정리라 부릅니다.
이 증명은 긴 논문 두 편과, 그 밑에 깔린 수십 년 치의 이론에 기대고 있습니다. 이런 증명을 믿을 수 있게 하는 방법의 하나가 모든 단계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검사하는 증명 보조기(proof assistant)로 옮기는 것입니다. 2024년 10월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의 케빈 버저드는 이 증명을 사람들이 함께 증명 보조기 Lean으로 옮기는 5년짜리 계획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앤트로픽은 자사의 언어 모델(language model) Claude 에이전트(agent) 여럿이 2026년 8월 7일부터 11일 동안 증명 전체를 Lean으로 옮겼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에 따르면 와일스와 테일러의 논증을 다몽, 다이아몬드, 테일러가 1995년에 정리한 판을 따랐고, 첫 단계의 환원은 버저드 계획의 설계도를 따랐으며, Lean의 표준 공리(axiom) 셋 말고는 아무것도 가정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계가 쓴 1,300만 줄 남짓의 코드는 아직 사람이 읽고 다듬어 Lean의 공용 수학 라이브러리 mathlib에 들일 수 있는 꼴이 아니고, 이미 있는 증명을 옮긴 것이지 새 수학을 보탠 것은 아닙니다.
이어지는 곳. n = 2의 해를 모두 만드는 방법은 피타고라스 세 쌍에, 라메의 빈틈에서 태어난 개념은 유일 인수분해와 아이디얼에, 나머지로 셈하는 세계는 모듈러 연산에, 정수 해를 묻는 수학 전체의 지도는 정수론(number theory)에 있습니다. 여백의 주인은 페르마, 정규 소수는 쿰머, 첫 일반적 결과는 소피 제르맹의 페이지에서 이어집니다. 기계가 증명을 검사하는 방식은 증명 보조기에 있습니다. 라메의 발표와 리우빌의 질문, 쿰머의 이상수는 「틀린 증명이 만든 수학」 2–3절이, 와일스의 빈틈이 드러나고 메워진 과정은 같은 글 8절이 따라갑니다. 증명 보조기의 역사와 Lean으로 옮긴 이야기는 「증명은 프로그램이다」 9–10절에, 타원곡선이 오늘날 암호에도 쓰인다는 이야기는 「나머지로 지키는 비밀」 9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