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개념 지도
인물

리처드 돌(Richard Doll)

오스틴 브래드퍼드 힐과 함께 환자–대조 연구⁠(case-control study)⁠와 50년에 걸친 영국 의사 코호트 연구⁠(cohort study)⁠로 흡연이 폐암의 원인임을 밝히고, 석면과 방사선과 피임약의 위험을 재며 현대 역학의 방법을 세운 영국의 의사.

리처드 돌은 1912년 런던 서쪽의 햄프턴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가 의사가 된 20세기 중반 영국에서는 병의 지도가 바뀌고 있었습니다. 결핵이나 콜레라 같은 감염병은 줄어드는데, 암과 심장병 같은 만성병이 사망 원인의 앞자리로 올라왔습니다. 특히 폐암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1922년 612명이던 사망이 1947년 9,287명으로, 25년 사이에 열다섯 배쯤 늘었습니다. 원인을 알려면 실험을 해야 하지만 사람에게 담배나 석면을 무작위로 나눠 줄 수는 없습니다. 돌은 실험 없이 관찰한 자료로 병의 원인을 가려내는 방법, 곧 현대 역학의 방법을 세운 사람입니다.

굵은 막대가 이 사람의 생애이고, 흰검은 점은 페이지 끝 연표에 적은 일들입니다. 가는 막대는 같은 시대를 산 이 위키의 인물들입니다. 나이를 끌어 보세요.

나이 세 ·

그는 처음에 수학을 공부하려 했습니다.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의 장학생 시험을 치르기 전날 밤 독한 맥주를 마신 탓에 시험을 망쳤고, 그래서 아버지를 따라 의학으로 방향을 바꾸었다고 뒤에 스스로 이야기했습니다. 1937년 런던 성 토머스 병원 의학교를 마쳤고, 젊은 시절에는 사회주의 운동에 적극적이어서 한때 공산당원이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나자 군의관으로 프랑스에 갔다가 1940년 됭케르크에서 철수했고, 그 뒤에는 병원선에서 일했습니다. 전쟁 뒤 런던의 센트럴 미들섹스 병원에서 소화성 궤양의 치료법들을 환자를 나누어 비교하는 임상시험을 하면서, 수학에 대한 옛 관심이 통계⁠(statistics)⁠로 돌아왔습니다. 그는 오스틴 브래드퍼드 힐의 통계 강의를 들었고, 1948년 힐이 이끄는 의학 연구 위원회 통계 연구단에 들어갔습니다.

의학 연구 위원회는 폐암이 왜 늘어나는지 조사해 달라고 힐에게 맡겼고, 힐은 돌과 함께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돌은 뒤에, 처음에는 도로 포장용 타르나 자동차 배기가스를 의심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두 사람은 런던의 여러 병원에서 폐암 환자마다 나이와 성별이 같은 다른 병의 환자를 한 사람씩 짝지어 흡연 습관을 물었습니다. 이것이 환자–대조 연구입니다. 1950년 9월 발표한 결과에서 폐암에 걸린 남성 649명 가운데 담배를 피운 적이 없는 사람은 2명, 짝지은 환자 649명 가운데서는 27명이었습니다. 폐암 환자 쪽에서 피운 사람 대 안 피운 사람의 비(오즈⁠, odds⁠)는 647 대 2, 대조 쪽은 622 대 27이고, 둘을 나눈 오즈비⁠(odds ratio)⁠는 약 14입니다. 폐암처럼 드문 병에서는 오즈비가 '흡연자의 발병 위험이 비흡연자의 몇 배인가'에 가까워집니다(조건부 확률⁠(conditional probability)⁠, 베이즈 정리⁠(Bayes' theorem)⁠). 또 많이 피운 사람일수록 폐암 환자 쪽에 더 많았습니다. 같은 해 미국에서도 에른스트 와인더와 에바츠 그레이엄이 같은 결론의 연구를 냈습니다. 돌은 이 결과를 보고 담배를 끊었습니다.

환자–대조 연구에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병에 걸린 사람은 과거의 습관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고, 대조 환자를 어떻게 골랐느냐에 따라 결과가 흔들립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방향을 뒤집었습니다. 1951년 가을 영국 의사 명부에 오른 의사들에게 흡연 습관을 묻는 편지를 보냈고 약 4만 명이 답했습니다. 병에 걸리기 전에 습관을 적어 두고, 그 뒤 누가 무엇으로 죽는지를 국가의 사망 등록으로 따라가는 코호트 연구입니다. 의사를 고른 것은 모두 한 명부에 주소가 있어 따라가기 쉽고, 사망 원인이 정확히 기록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1954년 첫 보고에서 이미 흡연량에 따라 폐암 사망률이 뚜렷이 커졌고, 추적은 5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이 연구의 힘은 한 가지 숫자가 아니라 여러 방향의 증거가 한곳을 가리킨다는 데 있었습니다. 하루에 피우는 양이 늘수록 위험이 꾸준히 커지는 양–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가 있었고, 담배를 끊은 사람은 끊은 기간이 길수록 위험이 줄었습니다. 연구 결과를 본 영국 의사들이 일반인보다 먼저 담배를 끊자, 의사들 사이의 폐암 사망률이 일반인보다 먼저 줄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 돌은 동료 리처드 피토와 함께 50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계속 피운 의사들은 평생 피우지 않은 의사들보다 평균⁠(mean)⁠ 10년쯤 일찍 죽었고, 서른 무렵에 끊은 사람은 그 손실을 거의 모두 피했으며, 쉰에 끊어도 손실의 절반쯤을 되찾았습니다. 아흔한 살의 돌이 반세기 전에 시작한 연구의 마지막 보고였습니다.

반론도 거셌습니다. 무작위 대조 실험의 아버지인 피셔는 1957년부터 흡연 성향과 폐암을 함께 일으키는 체질이 있을 수 있다며 두 사람의 결론을 공격했습니다. 논리 자체는 옳았습니다. 관찰 자료에서는 제3의 원인, 곧 교란 변수⁠(confounding variable)⁠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959년 제롬 코른필드와 동료들은 흡연자의 폐암 위험이 아홉 배라는 것을 숨은 체질 하나로 설명하려면 그 체질이 흡연자에게 적어도 아홉 배 더 흔해야 한다는 부등식으로 답했고, 1965년 힐은 연관의 강도, 일관성, 시간 순서, 양–반응 관계 같은 관점들로 관찰 자료에서 원인을 판단하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돌과 힐의 연구는 '상관은 인과⁠(causation)⁠가 아니다'라는 경고와 '그래도 판단해야 한다'는 요구 사이에서 역학이 길을 찾은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그는 담배 밖에서도 같은 방법을 썼습니다. 1955년에는 잉글랜드 북부 로치데일의 석면 공장에서 20년 넘게 일한 노동자들의 폐암 사망이 기대치의 열 배를 넘는다는 것을 보고했습니다. 1957년에는 마이클 코트브라운과 함께, 강직성 척추염 치료로 엑스선을 쬔 환자들에게서 백혈병이 늘었고 그 위험이 받은 방사선량에 따라 커진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1960년대 말 마틴 베시와 함께 한 연구는 먹는 피임약이 정맥 혈전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1981년에는 피토와 함께 미국 의회의 기술평가국에 『암의 원인』 보고서를 내어, 미국 암 사망 가운데 담배가 약 30%, 식생활이 (넓은 불확실성과 함께) 약 35%를 차지하고 직업상의 노출과 환경 오염의 몫은 그보다 훨씬 작다고 추정했습니다.

1961년 힐의 뒤를 이어 통계 연구단장이 된 그는, 1969년 옥스퍼드 대학의 흠정 의학 교수가 되어 그곳을 역학과 대규모 임상시험의 중심지로 키웠습니다. 1971년 기사 작위를 받았고, 1979년에는 의학과 관련 분야의 대학원생을 위한 옥스퍼드의 새 칼리지인 그린 칼리지의 첫 학장이 되었습니다. 은퇴한 뒤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아 아흔이 넘도록 논문을 썼고, 2005년 7월 옥스퍼드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듬해, 그가 몇몇 화학 회사에서 자문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보도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회사들의 제품이 관련된 물질의 위험을 두고 그가 법정과 위원회에서 의견을 낸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료들은 그가 받은 돈을 대학에 기부했고 당시의 관행으로는 흔한 일이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논란은 역학 연구자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밝혀야 하는지에 대한 오늘날의 기준이 자리 잡는 과정의 한 장면이 되었습니다.

돌과 힐이 다듬은 환자–대조 연구와 코호트 연구는 오늘날 관찰 자료로 병의 원인을 찾는 역학의 두 기둥입니다. 영국 의사 연구는 뒤에 미국의 간호사 건강 연구 같은 거대한 코호트 연구들의 본보기가 되었고, 흡연의 위험이 알려지면서 선진국의 흡연율과 폐암 사망률은 수십 년에 걸쳐 크게 떨어졌습니다. 관찰 자료로 원인을 따지는 물음은 뒤에 주디아 펄의 인과 그래프⁠(causal graph)⁠ 같은 수학적 틀로 다시 정리되었습니다.

이어지는 곳. 병의 원인을 자료로 추적한 역학의 앞선 이야기는 존 스노의 콜레라 지도에 있고, 통계학이 태어난 런던의 배경은 골턴 연구소와 로담스테드와 피어슨에서 이어집니다. 숨은 원인이 연관을 만드는 원리는 교란 변수와 심슨의 역설⁠(Simpson's paradox)⁠에서, 무작위 배정⁠(random assignment)⁠이 그것을 끊는 원리는 무작위 대조 시험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비율과 오즈의 계산은 조건부 확률과 베이즈 정리, 자료를 다루는 학문 전체의 모습은 통계학에 있습니다.

관계.

가운데가 이 사람, 둘레가 이어진 인물들입니다. 선의 색은 관계의 종류(초록 스승·제자, 파랑 함께 연구, 보라 편지, 빨강 논쟁, 주황 영향)이고, 다른 인물의 페이지에 적힌 관계도 함께 모았습니다.

  • 스승 오스틴 브래드퍼드 힐 — 힐의 통계 강의를 듣고 그의 연구단에 들어가 통계적 방법을 배웠고, 1950년의 환자–대조 연구와 1951년에 시작한 영국 의사 연구를 함께 이끌었으며, 1961년 연구단장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 논쟁 로널드 피셔 — 1957년부터 피셔는 흡연 성향과 폐암을 함께 일으키는 체질이 있을 수 있다며 돌과 힐의 결론을 공격했고, 두 사람은 양–반응 관계와 금연 뒤 위험이 줄어드는 자료로 맞섰습니다.

연표.

  • 1937년 런던 성 토머스 병원 의학교를 마치고 의사가 되다
  • 1940년 군의관으로 프랑스에 갔다가 됭케르크에서 철수하다
  • 1948년 브래드퍼드 힐이 이끄는 의학 연구 위원회 통계 연구단에 들어가다
  • 1950년 힐과 함께 폐암 환자–대조 연구를 『영국 의학 저널』에 발표하다
  • 1951년 영국 의사들에게 흡연 습관을 묻는 편지를 보내 코호트 연구를 시작하다
  • 1954년 영국 의사 연구의 첫 결과를 발표하다
  • 1955년 석면 공장 노동자의 폐암 위험을 보고하다
  • 1961년 힐의 뒤를 이어 통계 연구단장이 되다
  • 1969년 옥스퍼드 대학의 흠정 의학 교수가 되다
  • 1971년 기사 작위를 받다
  • 1981년 리처드 피토와 『암의 원인』 보고서를 내다
  • 2004년 피토와 함께 영국 의사 연구의 50년 결과를 발표하다

이 인물이 나오는 긴 글

통계와 인과 담배와 폐암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것은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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