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자카드(Paul Jaccard)
알프스와 쥐라 산지의 식물 목록을 비교하며, 두 집합(set)의 교집합(intersection) 크기를 합집합(union) 크기로 나눈 '공동체 계수'(오늘날의 자카드 지수(Jaccard index))를 내놓은 스위스의 식물학자.
폴 자카드는 1868년 스위스 서부 보 주에서 태어난 식물학자입니다. 로잔에서 공부하고 가르쳤고, 뒤에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ETH)에서 식물학을 가르치며 식물의 분포와 목재의 구조를 연구했습니다. 그의 시대 식물학의 큰 질문 하나는 '어떤 식물이 왜 거기서 자라는가'였습니다. 19세기 초 훔볼트가 산의 높이에 따라 식물대가 바뀐다는 것을 보인 뒤, 제네바의 드 캉돌 집안 같은 스위스 식물학자들은 식물 지리학을 한 분야로 세웠습니다. 알프스는 그 천연 실험실이었습니다. 빙하가 물러난 뒤 식물이 어떻게 산으로 다시 퍼졌는지, 이웃한 골짜기의 식물상이 닮은 것은 환경이 비슷해서인지 아니면 씨앗이 옮겨 가기 쉬워서인지가 논쟁거리였습니다. 같은 무렵 영국에서는 골턴과 피어슨이 생물의 변이를 상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로 재고 있었습니다. 자카드는 키나 무게 같은 측정값이 아니라 '있다, 없다'만 적힌 목록을 비교하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렇게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유사도(similarity) 가운데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나이
그는 서부 알프스의 드랑스 강 유역과 이웃한 여러 지역, 그리고 쥐라 산지의 몇몇 구역을 돌며 구역마다 어떤 식물 종이 자라는지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자료에서 각 구역은 종들의 집합입니다. 몇 포기가 자라는지는 적지 않고, 어떤 종이 있는지만 적습니다. 문제는 두 목록을 어떻게 비교하느냐였습니다. 함께 있는 종의 개수만 세면 공정하지 않습니다. 종이 많은 큰 구역끼리는 우연히도 겹치는 종이 많을 테니까요.
1901년 로잔의 보 자연과학회 회보에 실린 두 논문에서 그는 '공동체 계수(coefficient of community)'를 썼습니다. 두 구역에 함께 있는 종의 수를, 두 구역 가운데 적어도 한 곳에 있는 종의 수로 나누어 백분율로 적은 것입니다. 집합의 말로 하면 교집합의 크기를 합집합의 크기로 나눈 값, 곧 오늘날의 자카드 지수입니다. 구역 A에 30종, 구역 B에 40종이 자라고 그 가운데 20종이 겹친다면, 합집합은 30 + 40 − 20 = 50종이고(포함배제 원리, inclusion–exclusion principle) 계수는 20/50 = 40%입니다. 두 목록이 똑같으면 100%, 겹치는 종이 하나도 없으면 0%입니다. 이 계수에는 한 가지 의도된 성질이 있습니다. 두 구역 어디에도 없는 종은 셈에 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알프스 어디에도 없는 열대 식물이 두 구역에 모두 '없다'고 해서 두 구역이 닮았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가 얻은 계수는 뜻밖에 낮았습니다. 서로 가깝고 환경도 비슷해 보이는 구역끼리도 함께 가진 종의 비율이 생각보다 작았습니다. 1902년의 긴 논문 「고산대의 식물 분포 법칙」과 1908년의 후속 연구에서 그는 이 결과를, 한 구역의 식물상이 그곳의 흙, 볕, 물기 같은 생태 조건이 얼마나 다양한가에 크게 좌우된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조건이 다양한 구역일수록 종이 많고, 두 구역의 조건이 닮을수록 공동체 계수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1912년 그는 이 연구를 영국의 식물학 학술지 『뉴 파이톨로지스트』에 영어로 소개했고, 이 논문을 통해 그의 계수가 영어권 생태학자들에게 알려졌습니다.
그는 비슷한 방법으로 한 구역의 종 수를 속(屬) 수와 비교하는 '속 계수'도 따졌습니다. 좁은 구역일수록 한 속에서 종이 하나씩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는 관찰이었는데, 이것이 비슷한 종끼리의 경쟁을 보여 주는 흔적인지, 아니면 표본(sample)이 작을 때 저절로 생기는 착시인지는 뒤에 생태학의 오랜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1940년대 영국의 생태학자 엘턴은 이 비율을 경쟁의 증거로 읽었고, 통계학자들은 무작위로 종을 뽑아도 비슷한 비율이 나온다고 반박했습니다. 목록을 비교하는 수를 해석할 때는 우연만으로 기대되는 값과 견주어야 한다는 교훈이 여기서 나왔습니다(통계학(statistics)).
그의 계수는 곧 여러 사촌을 얻었습니다. 1945년 미국 미시간의 생태학자 다이스와 1948년 덴마크의 식물학자 쇠렌센은 따로따로 교집합의 두 배를 두 집합 크기의 합으로 나눈 계수에 이르렀습니다(쇠렌센–다이스 계수, Sørensen–Dice coefficient). 두 계수는 D = 2J/(1 + J)로 이어져 있어서 어느 쪽으로 순위를 매기든 순서는 같습니다. 1958년 IBM의 타니모토는 0과 1로 적은 비트열에서 같은 값을 정의했고, 이 '타니모토 계수(Tanimoto coefficient)'는 지금도 분자 구조의 닮음을 재는 화학 정보학의 표준입니다. 1963년 소칼과 스니스는 생물을 형질의 유무로 분류하는 수치 분류학(numerical taxonomy)을 세우며 자카드의 계수를 기본 도구 가운데 하나로 삼았습니다.
수학적으로도 이 계수는 좋은 성질을 가졌습니다. 1에서 자카드 지수를 뺀 값은 거리 함수(metric)의 세 규칙, 곧 자기 자신과는 0, 순서를 바꿔도 같음, 삼각부등식(triangle inequality)을 모두 지킵니다. 반면 1에서 다이스 계수(Dice coefficient)를 뺀 값은 삼각부등식을 어길 수 있습니다. A = {a}, B = {a, b}, C = {b}라면 다이스로는 A와 C 사이가 1인데 A–B와 B–C는 각각 1/3이어서 돌아가는 길이 더 짧아집니다. 자카드로는 1 ≤ 1/2 + 1/2로 가까스로 규칙을 지킵니다. 두 집합을 0과 1의 줄로 적으면, 한쪽에만 있는 원소(element)의 수는 두 줄의 해밍 거리(Hamming distance)이고, 자카드 거리는 그것을 합집합의 크기로 나눈 것입니다.
한 세기 뒤 이 계수는 인터넷 규모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1997년 검색 엔진 알타비스타에서 일하던 브로더는 거의 똑같은 웹 문서를 가려내려고, 문서를 연이은 낱말 몇 개씩의 조각(n-그램, n-gram)의 집합으로 보고 그 자카드 지수를 빠르게 어림하는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조각을 무작위 순서로 한 줄로 세운 뒤, 각 문서에서 가장 앞에 오는 조각을 봅니다. 두 문서의 합집합에서 가장 앞에 오는 조각은 합집합의 원소 가운데 어느 것이든 똑같은 확률(probability)로 뽑히고, 두 문서의 '가장 앞 조각'이 같아지는 것은 그 조각이 교집합에 있을 때뿐입니다. 그러니 두 문서의 가장 앞 조각이 같을 확률은 정확히 |A∩B|/|A∪B|, 곧 자카드 지수입니다. 무작위 순서 대신 해시 함수(hash function) 수백 개를 쓰고 일치하는 비율을 세면, 긴 문서를 통째로 비교하지 않고도 닮음을 어림할 수 있습니다. MinHash라 불리는 이 방법은 무작위 알고리즘(randomized algorithm)과 최근접 이웃(nearest neighbor) 탐색의 고전이 되었고, 2016년에는 유전체를 짧은 염기 조각의 집합으로 보고 수많은 유전체 사이의 거리를 재는 도구로도 쓰였습니다(무작위성).
오늘날 그의 이름은 식물학보다 컴퓨터 과학에서 더 자주 불립니다. 컴퓨터 비전은 예측한 영역과 정답 영역이 얼마나 겹치는지를 자카드 지수(IoU, 교집합 나누기 합집합)로 평가하고, 추천 시스템은 두 사용자가 산 물건의 집합으로 닮은 사람을 찾으며, 언어학자들은 두 언어가 기본 낱말 목록에서 공유하는 동족어(cognate)의 비율로 언어의 계통을 추정합니다. 알프스의 골짜기 하나를 식물 이름의 목록으로 바꾼 그의 발상은, 무엇이든 '무엇을 가졌는가'의 집합으로 적으면 같은 자로 잴 수 있다는 표현 바꾸기의 좋은 예입니다. 그는 1944년 취리히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어지는 곳. 그의 계수는 자카드 지수와 쇠렌센–다이스 계수로, 그 바탕은 집합, 집합 연산, 포함배제 원리로 이어집니다. 거리로서의 성질은 거리 함수와 해밍 거리에서, 빠른 어림은 무작위 알고리즘과 최근접 이웃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족어 목록으로 언어의 족보를 그리는 이야기는 야코프 그림과 비교 언어학(comparative linguistics)에 있습니다.
연표.
- 1901년 알프스와 쥐라의 식물 분포를 비교한 두 논문에서 공동체 계수를 쓰다
- 1902년 알프스 고산대의 식물 분포 법칙에 관한 긴 논문을 내다
- 1908년 식물 분포에 관한 새 연구를 발표하다
- 1912년 영국의 학술지 『뉴 파이톨로지스트』에 연구를 영어로 소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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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카드 지수
… C와 B 가운데 적어도 한 쌍은 다르므로 삼각부등식이 성립합니다. 이어지는 곳. 이름은 스위스의 식물학자폴 자카드에게서 왔습니다. 그가 알프스와 쥐라 산지의 여러 지역에 사는 식물 종의 목록을 비교하며 1900년대 …